심리학자들에 의하면 사람 안에는 성공할 수 있는 매카니즘이나 혹은 그 반대로 실패할 수밖에 없는 매카니즘이 자리잡고 있다고 한다. 어떤 부정적인 생각이나 피해의식, 그리고 반복되는 실패의 경험들이 쌓여서 그 사람 속에 "나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라는 자기 인식이 새겨지면 그 다음부터는 무슨 일을 하든지 그 인식대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자아상을 가진 사람들은 늘 실패의 구실과 실패의 이유들을 찾아내어서 마침내 실패를 만들어 내고야 만다. 마치 실패를 계획하고 실패를 목표로 노력하는 꼴이 되고 만다.
상황이 아무리 잘 되고 있어도 늘 불안하고 곧 다가올 실패의 구실을 기다리고 있다고 조그마한 변수라도 생기면, "그러면 그렇지" 하고는 포기해 버리고 오히려 실패 속에서 안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성공의 매카니즘을 가진 사람은 어떤 상황 속에서도 성공의 실마리를 찾아내고 스스로 격려하면서 성공을 만들어 나간다. 운동선수들이 흔히 말하는 징크스라는 것도 이 매카니즘을 말하는 것이며 상담심리학자들이 말하는 자아상도 결국은 이런 매카니즘을 일컫는 말이다. 따지고 보면 성공이나 실패는 환경이
나 여건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 결정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성공적인 매카니즘을 만들어 내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다. 우선은 실패의 사슬을 끊어야 한다. 그리고 작은 것에서부터 성공의 체험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런 체험들이 반복되고 쌓이면 결국 성공의 매카니즘이 생겨나는 것이다. 그래서 실패와 성공 사이에서 첫 성공의 경험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한국이 폴란드를 이기고 48년만에 월드컵 사상 첫 승리를 따 낸 것은 실패의 매카니즘을 끊고 성공의 매카니즘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획기적인 일이다. 앞으로 한국축구는 지금까지보다는 훨씬 쉽게 유럽이나 남미의 축구강호들을 이길 수 있을 것이다. 이길 수 있다는 자아상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축구의 상징성으로 보아서 이번 승리는 축구 외의 다른 모든 면에서 한국인들의 자아상을 긍정적이고 성공적인 것으로 바꾸는 데 엄청난 기여를 할 것으로 평가된다.
당장 이번 승리로 야기될 경제적 효과만도 14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나 쓰레기처럼 쌓였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온 국민이 자신감을 회복하고, 지역감정과 정쟁, 부정과 부패에 따른 불신과 혐오의 상처를 치유하고 국민의 에너지를 하나로 결집시킬 수 있다면 그것은 수치로 도저히 나타낼 수도 없는 민족적 은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앞으로 분명히 더 좋아질 것이다.
도도히 흐르는 강줄기의 방향을 바꾸어 놓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그 다음에는 지속적으로 흐르게 할 수 있다. 실패의 매카니즘을 끊는 어려운 일을 히딩크 감독이 잘 해내었다. 그래서 지금 히딩크 감독이 국민적인 영웅이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한 번 잘 살아보세"라고 외치면서 가난의 매카니즘을 성장의 매카니즘으로 바꾸어놓았던 박 정희 대통령 이후에 그 어떤 한국의 지도자도 해내지 못한 일을 그가 해냈기 때문이다. 이름을 "희 동규(喜 東奎: 기쁜 동방의 별)"로 바꾸고 영구히 한국인으로 귀화하라는 성원이 일어날 만하다. 그러나 그를 한국인으로 만들려고 하기 전에 그가 한국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성공의 이유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첫째는 선수선발에서부터 학연, 지연, 혈연 등 모든 인맥의 얽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던 것이고 둘째는 당장 눈앞의 성적으로 감독을 빈번히 경질시키는 냄비근성의 희생양이 되지 않고 긴 안목과 장기적 계획으로 대표 팀을 만들어 내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런 것들이 히딩크
성공의 이유들이라면 그것은 그가 한국인이 되는 순간부터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
그를 한국인으로 만들려고 하기 전에 이번 기회에 한국인의 정신세계와 한국 사회의 전 영역에서 인맥과 지역감정의 고질병을 몰아내자. 사람을 끌어내리려고만 하는 불신과 비난과 통제의 문화에서 벗어나 위임과 격려와 신뢰의 문화로 사람을 만들어 나가자. 그래서 이제는 성공의 매카니즘을 흐르게 하자. 이것은 히딩크를 한국사람으로 귀화시켜서 될 일이 아니라 한국사람이 바뀌어야 한다.
대통령까지 외국 대통령을 영입하자는 소리가 나오기 전에 정치부터 시작해서 바뀔 것은 다 바뀌어야 한다. 모처럼 축구가 만들어 낸 변화와 개혁, 자신감과 긍정적 확신의 기운을 사회 전 영역으로 확산시켜 나가자. "대~한민국! 오, 필승 코리아!" 의 오 박자 응원과 붉은 색으로 이루어낸 하나됨의 감동을 민족 혼, 민족 에너지로 승화시켜 나가자. 그래서 마침내는 북한도 어우르는 통일의 장으로까지 이어 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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