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시간으로 21일 밤 광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한국과 4강 티켓을 놓고 맞붙게 된 스페인은 오랜 축구 전통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월드컵과는 유독 인연을 맺지 못했던 팀이다.
1928년 출범한 프리메라리가는 영국의 프리미어리그, 이탈리아의 세리에 A와 함께 세계 3대 축구리그로 불릴 만큼 경기력과 흥행 모두 최정상급이지만 스페인의 월드컵 성적은 미미하기 그지없다. 1934년 이탈리아 월드컵부터 출전한 스페인은 50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4강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이고 8강에 3차례 올랐을 뿐 나머지는 조별 리그나 지역 예선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에서 스페인의 행보는 크게 달라졌다. B조에 속했던 스페인은 슬로베니아와의 첫 경기를 3-1로 이겨 52년이나 지긋지긋하게 따라붙었던 ‘1차전 징크스’를 깨뜨렸고 아일랜드와의 16강전에서는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2로 승리, `연장전 징크스’까지 날려 버렸다. 매번 월드컵에서 뛰어난 개인 기량을 지니고도 갖가지 내분으로 무너졌던 스페인은 이번 대회에서 팀웍까지 최고에 이르렀다.
98년부터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호세 안토니오 카마초 감독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개성 강한 선수들을 한 팀으로 끈끈하게 결속시켰다는 평을 듣고 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스페인은 조직력을 앞세운 유럽식 수비 축구보다 화려한 개인기가 돋보이는 남미식 공격축구를 지향하고 있다. 스페인은 전통적으로 4-4-2 시스템을 펼치며 공격의 핵심은 투톱으로 나서는 라울 곤살레스와 페르난도 모리엔테스(이상 레알 마드리드)다.
’천재 골잡이’로 불리는 라울은 탁월한 골 결정력뿐만 아니라 문전에서 날카로운 패스로 찬스를 엮어 주는데도 능하며 상황에 따라 미드필드까지 내려와 플레이메이커 노릇도 하는 스페인의 기둥이다.
중원에서 상대를 압박하는 미드필드진 역시 수비 가담보다는 공격 지향적이다. 좌우 날개로 데페드로(레알 소시에다드)와 루이스 엔리케(FC 바르셀로나)가 포진하고 가운데는 카를로스 발레론(레알 마드리드)과 바라하(발렌시아)가 맡는다. 포백 라인은 좌로부터 푸욜(FC 바르셀로나)-페르난도 이에로(레알 마드리드)-앙할 나달(레알 마요르카)-후안프란(셀타 비구)으로 이어진다.
중앙 수비수인 이에로와 나달은 대표 경력 10년이 넘은 30대 중반의 베테런들이지만 순발력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스페인의 주전 문지기는 아일랜드와의 경기에서 후반전 페널티킥을 한 차례 막아냈고 1-1 비긴 뒤 가진 승부차기에서도 승리로 이끈 이케르 카시야스다.
전반적으로 스페인 축구는 튼튼한 수비가 강점인 다른 유럽 국가와 달리 마치 ‘미니 브라질’을 연상하듯 개인기나 짧은 패스로 좁은 공간을 돌파하는 기술축구로 팬들의 관심을 배가시키는 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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