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컵이 한인사회를 바꾼다
▶ 2세들 정체성 확인 계기
“내 몸에 한국인의 뜨거운 피가 흐르고 있는 걸 실감했습니다."
지난 10일 대 미국전을 TV로 시청한 케니 강군(17. 훼어팩스 하이스쿨)은 한국팀이 골을 넣자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와! 골이다."라고 소리를 쳤다며 서툰 한국말로 당시의 감격을 전했다.
세 살때 이민을 온 강 군처럼,
태극전사들이 8강 진출의 신화를 쓴 월드컵의 열풍이 미주 한인 1.5세, 2세들의 정체성을 확인시켜주는 효과를 낳고 있다.
태극전사들이 폴란드와 포르투갈을 격파하며 16강에 진출하자 초중고교에서는 이야기꽃의 중심이 온통 월드컵과 한국의 선전이었다.
애난데일 하이스쿨의 한 학생은“폴란드전을 보고 늦게 등교했는데 미국 친구들이 코리아가 이겼다면서 손가락을 추켜세워주었다"며“한국계임이 프라우드했다"고 말했다. 센터빌 하이스쿨의 윤기범 군은“학교에 가면 미국인 친구들이 한국팀에 서프라이즈했다며 칭찬해줘 자긍심을 느꼈다"면서 여름방학 전이던 대폴란드전 당시 이 학교에서는 한인 학생 십여명이 부모의 동의 아래 등교치 않고 한국을 응원했다고 월드컵 열기를 전했다.
한인 1.5세, 2세들이 다수 근무하는 미국계 직장에서도 월드컵의 열풍은 몰아닥쳤다. 한 컴퓨터회사에 다니는 제임스 김씨(31)는“한국인 직원 5명이 모두 휴가를 내고 동료집에 모여 한국전을 응원했다"며“미국에 산지 20여년만에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10-20대들이 즐겨찾는 한인타운 애난데일의 카페나 식당, 한인교회 청소년 모임에서의 주 화제도 단연 월드컵과 한국의 선전에 관한 이야기.
와싱톤중앙장로교회의 한 청소년 지도교사는“1.5세, 2세들이 한국전을 시청한 후 태극기와 한국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인터넷을 뒤져 확인하거나 서가에 있는 한국 관련 영문 책을 뒤져보는 등 변화를 겪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한국에 관한 관심이 이처럼 폭발적으로 높았던 적은 없었다"며“역시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놀라워했다.
또 응원구호인 ‘대-한민국, 짝짝 짝짝짝’은 어린 아이들에게까지 유행어가 되고 있다. 락빌의 박교성씨(42)는 "한 차례도 한국에 가보지 않은 열살, 여섯살짜리 아이들이 하루종일 대한민국을 외치며 놀고 있다"며 신기해했다. 박씨는 또“축구를 보며 아이들이 한국에 관해 이것저것 묻는 게 많아졌다"며“아이들에 모국을 알려주기 위해 조만간 모국에 데리고 가봐야 할 것같다"고 말했다.
토마스 제퍼슨 하이스쿨에 재학중인 노모 군은 폴란드전이 끝난 후 아예 부모를 졸라 월드컵 관전을 위해 한국행을 결행하기도.
한인 1.5, 2세대들의 정체성을 확인시켜준 가장 극적인 계기는 지난 10일의 한-미전. 한인 부모들은 자녀들이 당연히 미국을 응원할 줄 알았는데 한국을 응원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들 입을 모은다.
이날 로빈슨 고교 10학년인 맏아들, 바니 브래 초등학교 5학년인 둘째 아들과 TV를 시청한 로버트 정씨는“아이들이 뜻밖에 한국을 응원하는 걸보고 놀라면서도 대견했다"면서“역시 한국인인임을 속일 수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흐뭇함을 감추지 않았다. .
교육전문가인 경 듀갠씨(훼어팩스 교육청)는“월드컵에서 한국이 이겼다는 사실이 그동안 보이지않게 미국 아이들한테 소외감을 지닌 2세들에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다"며“내가 한국인이냐, 미국인이냐는 아이덴티티가 뚜렷하지 않은 아이들에 모국에 대한 정체성을 심어주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열리는 초여름의 축구제전이 정체성때문에 고민하던 미주 한인 2세들과 모국을 이어주는 하이파이브가 되고 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