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잇따른 대기업 부정사태로 미국기업 신뢰 실종
미국 자본주의를 떠받치는 중추인 기업들의 잇단 부정으로 ‘주식회사 미국’(Corporate America)이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에너지 거대기업인 엔론을 비롯, 미국 대기업들의 각종 부정 스캔들이 최근 수개월간 쉴새없이 터져 나오고 있는 와중에 적발된 전화통신사 월드컴의 회계부정 사건은 ‘코포릿 아메리카’에 대한 마지막 남은 신뢰에 결정타를 가해버렸다.
최근 수개월간 터져 나온 미국 기업들의 부정은 업종을 가리지 않고 전염병처럼 전 산업분야에 창궐하고 있다. 월드컴, 엔론, 타이코, 라이트 에이드, 아델피아 커뮤니케이션, 디너지, 임클론 시스템 등등… 산업분야별로 보면 텔리 커뮤니케이션, 에너지, 금융 등 가리지 않는다.
미국기업들의 잇단 부정 스캔들은 지난해 9.11 테러사태보다 더 심각한 파장을 드리우고 있다.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월드컴의 사기혐의로 고발한 26일 투자자들은 9.11사태가 발생했던 때보다 더 위축됐다. 나스닥과 SP500 등 증권시장의 주요 지수들은 오전장에서 9.11사태 당시보다 더 하락했었다. 비록 반등해서 참혹한 선은 벗어났지만, 월스트릿의 주요 지표들은 5년래 최악의 선을 오락가락하는 위험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 자본주의의 젖줄인 증권시장의 이같은 위기가 물론 기업들의 부정사태로만 빚어진 것은 물론 아니다. 달러화 가치 하락, 지난 2월 이후 바닥인 경제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 상존하는 테러위협, 기업들의 수익부진, 약한 경제상태 등이 함께 상승작용을 빚어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지만 많은 증시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부정과 이로 인한 투자자들의 코포릿 아메리카에 대한 불신이야말로 최근 하락세의 원흉이라고 지목한다.
천문학적인 연봉과 수입을 받아가면서도 잘못된 행위로 기업을 구렁텅이에 빠뜨리는 사장(CEO)들은 알고 보니 수퍼맨과 같은 능력을 가진 영웅이기는커녕 ‘나쁜 자식들 집합체’(Bad Boys Club)였고, 기업의 재정상태를 공정하게 보고해야 하는 것이 본업인 회계법인들이 내놓는 숫자 역시 속임수 가득한 엉터리고, 월스트릿의 증권 분석가들도 알고 보니 기업과 짜고 ‘사자’만 권하는 공범들이었다는 인식이 투자자들의 발길을 뚝 끊게 만들고 증시를 위험스런 선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확산되는 증시 불신
월드컴 사태로 인한 투자자들은 대충 잡아 1,600억달러의 손실을 입게 됐다. 엔론 사태 때도 미증시 사상 7번째의 손실을 입은 데 이어 터져 나온 월드컴 스캔들에 대해 투자자들은 한마디로 ‘너 나 가릴 것 없이 모두 멍할 정도로 얻어맞은 꼴’이라고 미 개인투자자협회의 존 마키세는 표현한다. 개인투자뿐 아니라 기관투자 역시 예전과 비교해 급감 추세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
기업들의 부정사태로 경제회복이 궤도 이탈 상태로 빠지지는 않지만 회복이 더욱 지지부진해 질 것이다. 증시에 대한 타격이 일차적일 것이지만 ▲소비자 신뢰 하락 ▲자본비용 증가 ▲달러가치 하락 ▲실업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해결책
"기업부정 사태가 드러나면 항상 신뢰회복을 위한 온갖 방안과 개혁이 논의된다. 그러나 그것뿐, 또 다른 스캔들은 이어진다"는 투자자 책임연구센터(IRRC)의 캐롤 보위의 말은 기업 부정 해소가 지난함을 단적으로 표현한다.
CEO등 기업 간부들의 연봉과 수입은 기업의 단기 수익과 성과에 따라 책정되기 때문에 기업간부들이 단기성과에 집착하고 이로 인해 부정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는 셈이다.
엔론 사태 이후 이사회에서 이사들의 임무가 경영 참여보다는 주주를 위한 감시자로의 역할도 중시되고 있지만 미흡한 처방일 뿐이다. 연방하원 에너지 상업위원회소속 빌리 토진 의원은 "월드컴 사태는 기업 부정을 막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기업회계 개혁과 투자자 보호관계법의 제정이 시급함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목소리를 높였으나 이런 제도적 개혁이 과연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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