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글쎄, 복권에 당첨되자 나에게 그렇게 많은 사촌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정말로 놀랐어요."
미국 사회에서는 농담으로나 진담으로나 많이 듣는 얘기들이다. 이런 웃지 못할 일들을 방지하는데 큰 기여를 하는 게 바로 ‘FAMILY REUNION’이다.
우리말로는 ‘가족의 재회’라고나 할까?
몇 년에 한번씩 흩어져 사는 형제 자매들이 연로한 부모를 중심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한곳에 모여 파티를 열고 가족간의 유대를 재확인하는 행사다.
주로 여름철 휴가철이나 연말에 많이 이루어지지만 여름이 특히 많은 듯하다. 요즘 젊은 부부들이야 애들을 하나나 둘이면 끝으로 알지만 기성세대들은 형제 자매의 수가 많은 집안이 상당수여서 가족들의 재회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자칫 사촌들간에 전해짐으로 지낼 수가 있다.
이번 여름에도 예외 없이 미국인 가족들로부터 단체가족 사진예약을 여러 건 받아 놓았다.
각주로 흩어져 살고 심지어는 외국 거주 형제자매도 있으니 이런 행사는 참으로 의미 있는 행사가 아닐 수 없다.
아직 흔치는 않지만 동포 가족 중에도 이민온 지 오래된 분들 중에는 이런 행사를 가지는 분들이 늘어나는 좋은 현상이 일어난다.
십여년전 어느 교민 댁에서는 육대주에 흩어져 살던 세계적(?)인 형제 자매를 27년 만에 모두 한자리에 놓아놓고 즐거운 잔치와 가족 사진을 찍어놓으신 할아버지가 다음해에 구십 평생을 마감하며 평화스럽게 이승을 하직하신 일도 있었다. 형제 자매간의 만남도 부모 생전 시에는 어렵지 않게 이루어지지만 부모님들이 떠난 후에는 점점 횟수가 줄어들고 심한 경우엔 아예 단절이 되는 일도 종종 생긴다.
그러니 부모 생전에 동기간의 우애를 단단히 다져 놓으면 부모님 사후에도 계속될 수가 있고 따라서 사촌들간에도 유대가 계속될 수 있겠다. 얼마전 미국에선 젊은 남녀가 첫눈에 사랑의 불꽃이 튀어 얼마 후에 결혼을 했는데 피차가 입양아출신들임을 알고 출생의 비밀을 캐어나가던중 본인들이 친남매간임을 발견하고는 아연 실색한 사건이 있었다. 이미 정이 들대로 든 이들은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었지만 하늘을 원망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 결국은 아이를 낳지 않기로 합의하고 부부관계는 지속하기로 하였었다.
이상은 극단의 예이기는 하지만 핵가족이 완전 장악하게된 현세대에서 더구나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외국생활에서 동기간에도 왕래 없이 지내다 사촌들간에 사랑이 싹트는 불상사가 생기지 말라는 보장이 있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일본이나 중동지방등에서는 사촌간의 결혼이 별일이 아니라지만 우리네 풍습엔 아직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미국사회에서는 사촌이란 남보다 별로 낮다고 할 수 있는 존대도 아니지만 우리네는 사촌도 형제만큼 우애 깊게 지내온 사이가 아니었던가?
휴가철에 유럽여행이다, 하와이다해서 단란가족만의 행차도 즐겁겠지만 형제 자매들과 만나 자녀들에게 사촌들과의 관계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핏줄의 끈끈함을 상기시켜주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서로 박통이 터지라고 싸우던 조국에서도 월드컵을 계기로 핏줄의 연이 얼마나 뜨거운가를 보여주지 않았는가?
지금도 들리는 ‘대-한민국’의 의미를 자녀들도 느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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