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 시동을 걸고 언덕길 위에서 출발을 했다. 아무 생각 없이 서서히 움직이던 내 시야에 무언가가 걸려들었다. 새끼 손가락 만한 크기의 날벌레 한 마리...
차는 아무 상관 없다는 듯 내리막을 질주하듯 내달렸다. 그 가엾은 날벌레는 내 예상과는 달리 달아나지 않고 차 유리 앞에 그대로 있었다. 앞뒤 다리로 미끄럽고 차가운 유리를 버티고 서서 가늘고 얇은 날개를 떨면서도 가려고 하지 않았다. 난 그 날벌레가 어떻게 반응할까 몹시 궁금하면서도 한 편으로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었다.
그래서 좀더 빠른 속도로 달려 보았다. 마음속으로 가엾은 그이가 날아가 버리라고 생각하면서. 그러나 이름 모를 날벌레는 더욱 처절하게 안간힘을 쓰며 그 곳에 있고 싶어 했다. 그 유리 위 에는 아무것도 없는 듯 보이는데... 어떤 물리적인 힘으로는 달아날 것 가지 않았다. 어느덧 나는 차를 도로 한 켠에 서서히 세우고 있었다.
바람의 힘을 안고 날아가면 쉽게 아름다운 꽃을 찾아 갈수 있을 것 같은데 그 날벌레는 순전히 자신의 능력 범주에서 스스로 도약하고 싶어했다.
나는 갑자기 하잘 것 없다고 생각한 하나의 생명 앞에 숙연해 졌다. 내가 세상을 대하는 태도는 어쩌면 저 생명체의 자세만도 못한 건 아닐까?
세상이 주는 달콤하고 안락한 조류에 휩쓸려 진정 내가 지켜야 할 중요한 가치 기준을 잃어 버리고 사는 건 아닐까? 냉혹한 시련이 닥쳐 오더라도 굳건히 지켜야 할 그 어떤 것도 잃어 버린 체 공허한 마음으로 그냥 흘러가고 있음을 때로는 느낀다. 어디가 시작인지도 모르는 강 줄기처럼 언제 부터인가 나도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결코 맑고 신선한 것이 아닌 채로 말이다. 그 오염된 강물은 서서히 썩어 들어갈 것이고 또 다른 세계를 오염시킬 것이다. 그 반복되는 놀라움의 크기는 나중에는 걷잡을 수 없을 듯 보인다. 아니, 그런 자신의 존재조차 망각한 채 그것이 진정 옳은 길 인양 그럭저럭 살아갈 듯 싶다. 세상의 그 어떤 것보다 때로는 나 자신이 가장 두렵게 느껴 질 때가 있다. 지금 나는 유리 위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자신을 스스로 지켜내던 한 마리의 날벌레를 생각하고 있다. 그 속에도 하나의 우주가 존재 한다는 걸 예전에는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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