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본국의 네티즌 사이에서 박찬호에 대하여 ‘먹튀’라는 빈정거리는 낱말이 심심찮게 오가고 있다. 한 마디로 박찬호는 돈만 챙기고 몸값 못하는 ‘먹튀’라는 것이다. 박찬호가 올해 거둔 4승을 두고 하는 말이다. 1승당 무려 20억원이 넘는 거액을 투자한 텍사스 구단주의 짜디짠 심정을 대변하는 여론들이다.
물론 여론이라는 것은 늘 결과에따라 흔들리기 마련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고, 일시적인 거품이 빠지면 거기에 따른 허탈감도 크기 마련이다. 다만 어제까지만 해도 ‘초특급’이니 뭐니 하면서 우상으로 떠받들던 박찬호에게 일시적인 슬럼프를 기화로 ‘먹튀’ 따위의 모욕적인 언사를 서슴치 않고 내뱉는 것은 조금 조급한 냄비근성이 아닌가 하는 조바심이다.
두고볼 일이지만 박찬호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아직 시기상조이다. 속구도 만만치 않고 끈기도 있어서 성실을 중요시하는 미국 야구에서는 얼마든지 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찬호를 보는 시각은 늘 두 가지로 엇갈리곤 했다. 그것은 세기가 부족하다는 부정적인 시각과 힘의 야구를 중시하는 미국야구 측면에서 긍정적인 시각이었다. 근성과 두뇌피칭 타고난 자질의 측면에서는 박찬호는 별로 평가받지 못했다. 오럴 헐샤이저등 명예의 전당급 선수들은 가공할 강속구가 없어도 특유의 위기관리, 근성·세기의 야구로 한 시대를 평정했다. 박찬호는 어디를 보나 위기에서 믿음직스러운 모습을 나타내는 투수는 아니었다. 두뇌피칭을 연상할 만큼 절묘한 코너웍이나 체인지업을 구사하는 투수도 아니었다. 그러나 박찬호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꾸준히 성실하게 던지는 투수라는 점이다. 연중 6개월 162게임을 소화 할 수 있으려면 기초체력은 물론 꾸준하게 던질 수있는 기본기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박찬호는 수많은 주요 경기에서 3점대 미만의 퀄리티 피칭을 펼치며 메리저리그 관계자들을 놀라케했다. 박찬호에게 지불된 고액의 연봉은 어제오늘의 성과로써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물론 1승을 건지기 위해 박찬호에게 그만한 투자를 할 가치가 있느냐 하는 점에는 아직도 의문이다. 그러나 박찬호는 승리외적인 믿음직한 위상이 있다. 꾸준히 잘 던질 수 있다는 것은 데이터를 중요시하는 야구에서 더할 수 없는 플러스다. 지고 이기는 것이야 감독의 권한외적인 것이지만 믿을 수있게 7,8회를 맡길 수 있는 선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찾아 보기 드물다.
박찬호는 최고의 투수는 아닐지 모르나 이기기에 만만치 않은 투수다. 팀이 승승장구할때는 언제든지 5승, 6승 연승가도를 이어나갈 수 있는 투수이다. 물론 박찬호는 슬럼프에서 혈혈단신 팀을 구해낼 수 있는 카리스마가 없는 것이 딜레마다.
박찬호는 2주전 오클랜드 A’s와의 경기에서 정상급 왼손잡이 마크 멀더를 상대로 전혀 꿀림이 없는 역투를 펼쳐 팀 승리에 이바지했다. 물론 박찬호는 이날 승리는 따내지 못했다. 그러나 팀내 분위기는 역시 박찬호답다는 감탄일변도였다. 박찬호는 점차 피칭감각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1일 경기에서도 39일만에 4승을 따냈다. 그러나 1승이 문제가 아니다. 박찬호가 텍사스라는 생소한 팀에 적응하기 시작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더욱이 텍사스는 타력이 월등히 우수한 팀이다. 박찬호를 시즌 초반 16승이상 올릴 것으로 내다봤던 것도 알렉스 로드리게즈, 루벤 시에라등 정상급 타자들이 득실거리는 팀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텍사스는 박찬호등 투수진의 몰락으로 AL 서부조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전망은 그렇게 어두운 팀은 아니다. 박찬호가 LA에 있는 저택을 처분하고 텍사스 정착에 마음을 굳힌 것도 박찬호의 자신감을 대변한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앞으로의 승수쌓기. 그러나 몰락한 팀에게서 승률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다만 팬들은 내년시즌 박찬호가 패넌트 전쟁에서 활략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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