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닉스에서 약 2시간 떨어진 프레스캇은 ‘크리스마스의 도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로데오의 도시’ ‘은퇴 후 가장 살기 좋은 곳’ 등 붙여진 별명도 많습니다. 프레스캇은 금광을 위해 개발된 도시로 1864년부터 약 30여 년간 애리조나주의 금융도시로 명성을 날리며, 신흥 자본층이 자리잡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껏 프레스캇이 은퇴한 부유층이 거주하는 부촌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이유는 이런 역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아직도 위스키 로우(Whiskey Row)에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온 듯 착각을 일으키는 19세기의 건물들이 부틱, 갤러리, 레스토랑, 바 등으로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국유림으로 둘러싸인 프레스캇에는 5개의 호수가 있습니다. 카약, 카누 매니아와 강태공들을 유혹하는 여러 호수 중 유난히 왓슨 레이크를 여행지로 꼽은 이유는 분명 있습니다. 인디언들의 오랜 전설이 남아 있는 밍구스 마운틴 자락에 위치하고 있고, 지구의 속살을 그대로 내어놓은 듯한 호수 주변 풍경이 많은 이들에게 커다란 영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입니다.

밍구스 마운틴은 7,500피트로 북부 애리조나의 대표적인 명산입니다. 야바파이-아파치 인디언들은 그들의 조상이 밍구스 마운틴에서 불의 사용법과 농사짓는 법을 배웠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들의 전설에 따르면 지하에 살던 여인이 처음으로 세상에 나와 해의 신을 만나고 그에게 삶의 지혜와 아이를 얻어 인디언 부족이 번창하게 되었답니다. 곰 부족의 딸인 웅녀가 하늘의 자손인 환웅을 만나 삶의 지혜를 배우고 한민족의 뿌리가 되었다는 우리의 단군 신화와도 참으로 닮았지요. 생김새, 언어, 신화도 닮은 이들에게서 우리는 1만5,000여년 전, 알래스카를 지나 이곳 북아메리카로 흩어져 살기 시작한 우리의 핏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넓은 평야에 길고 웅장하게 뻗쳐 있는 밍구스 마운틴과 달리 왓슨 레이크는 동글동글한 차돌 같은 화강암 협곡으로 이루어진 호수입니다. 마치 갈색 구슬을 엮어 놓은 듯 진풍경을 보이고 있는 왓슨 레이크에서는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명상이 저절로 됩니다.

수많은 물과 바람에 씻겨 결국 동글동글 닳아진 바위를 보며, 자신의 인생과 마음의 모양을 확인해 볼 수도 있습니다. 또 어떤 바위는 돌고래처럼, 어떤 바위는 햄버거처럼, 어떤 것은 사람처럼 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바위들을 보며 대화를 나눌 수도 있습니다. 무수한 바위 중 나의 바위를 정해 대화를 나눠 보십시오. 자기가 살아온 얘기를 바위한테 들려주고, 바위도 뭔가를 얘기해 주고 때로는 사람보다 무심한 자연이 훌륭한 대화 상대일 수도 있습니다.

왓슨 레이크의 여름 여행 중 빼놓을 수 없는 건강 요법이 있습니다. 바로, 바위 찜질! 뜨겁게 달구어진 바위 위에 몸을 누이고 수건으로 얼굴과 노출부위를 덮은 뒤 30여분 누워 있는 겁니다. 등뒤의 땀은 뜨거운 바위 속으로 스며들어가 버리고 몸 앞의 땀은 바람에 날아가 30분 후에는 온 몸이 솜처럼 가뿐해집니다.

올 여름이 가기 전 왓슨 레이크에 몸과 마음을 담가보시면 어떨까요. 그리고 또 하나, 왓슨 레이크에 뜨는 달을 가슴에 담아 지구인의 행복감에 젖어 보는 것도 또 다른 차원의 여행경험이 될 것입니다.

(인디언의 성지 애리조나 명상여행 문의 928-282-4300)


<정리-임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