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은 뜨겁고 하늘은 높다. 하늘 아래 허공을 휘젓는 고추잠자리가 제철을 만났다. 더위가 만만하지 않은데 벌써부터 가을을 알리는 풀벌레소리가 유난하다. 여름의 끝자락, 유난히 무더웠던 날들은 서서히 꼬리를 감추고, 어느새 가을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지난 8일은 가을이 시작되는 입추(立秋).
가을의 문턱이다. 눈부시게 파란하늘, 이제는 가을 하늘이 높아진 것을 느낄 수 있다. 하늘뿐만 아니라 바람과 구름도 맑고, 깨끗하며 서늘한 청량감을 안겨준다.
일주일 전 만해도 화씨 90도를 웃도는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나름대로의 ‘더위 사냥’에 나섰지만 ‘한증막 더위’를 이겨내기가 만만치 않았으리라. 정말 위대했다(?)라는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엄청나게 무더웠다. 여름의 끝자락 다가오는 가을을 시샘하는 무더위의 심술은 진짜로 하늘 높을 줄 몰랐다.
몇 해 만에 기억하는, 가장 무더웠던 여름날이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지난 8일 입추를 전후해서는 아침, 저녁으로 불어오는 선선한 바
람이 상쾌함을 주고 있다.
가을이 시작되는 입추는 24절기의 열 세 번째 절기. 몹시 심한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대서(大暑)의 15일 뒤로 태양의 황경이 135도인 날이 입추 입기일이다. 동양의 역에서는 입추부터 입동 전까지의 석 달을 가을로 한다. 옛 사람들은 입추 15일간을 5일씩 3후로 갈라서, 초후에는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고, 중후에는 이슬이 진하게 내리며, 말후에는 쓰르라미가 운다
고 표현했다. 입추란 어쩌다 늦더위가 있기는 하지만 밤에는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여름이 지나고 가을에 접어들었다는 뜻일 게다.
뉴욕에도 찌는 듯한 무더위 속에서도 가을의 문턱에 들어섰음을 알리는 입추가 막 시작됐다. 청명한 하늘과 상큼한 아침 공기가 어느새 가을의 문턱에 다가섬을 느끼게 하고, 아침, 저녁으론 선선하여, 열어둔 문을 닫아야 할만큼 서늘함이 가을임을 전해주고 있다.
쾌적한 가을볕이 마음과 몸에 적합하여 기분을 썩 좋게 하며, 깊어지는 밤에는 수많은 곤충과 풀벌레들이 제각기 다른 소리로 울어대는 노래가 청아하게 다가와 가을밤의 정취를 더욱 깊게 해주고 있다.
흔히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라고 한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운다”는 이 표현은 언제 들어도 여유가 있고 풍성하다는 느낌이 든다. 가을이 되면 식욕은 마치 자석의 양극이 당기는 것처럼 당기게 된다. 아마도 이는 결실 또는 수확의 계절인 가을이 되면 모든 생물이 왕성해지고 풍요로워지기 때문일 게다.
사색과 낭만이 넘쳐흐르는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도 한다. 여름철에는 독서의욕도 별로 없다가 가을철로 바뀌면 삶의 의욕이 한층 높아져 식욕도 더 강해지듯이 책을 가까이 하고 싶은, 그래서 마음의 양식을 살찌우고자 하는 욕구도 강해져 책을 가까이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독서에 힘쓰라는 표현 가운데는 성인 공자의 위편삼절(韋編三絶)이 있다.
이는 공자는 늙어서도 책읽기를 게을리 하지 않아 ‘역경’을 열심히 뒤지다보니 책을 묶은 가죽끈이 몇 번이나 끊어졌다는 것. 이 표현은 ‘글을 백 번 읽으면 뜻이 저절로 나타난다’는 뜻으로, 열심히 학문을 연마하다 보면 뜻하는 바가 저절로 이루어진다는 의미의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編義自現)’과는 비교할 수 없는 고차원적이라 할 수 있다.
독서의 계절인 가을, ‘대화는 사람을 재치 있게 만들고, 독서는 사람을 지혜롭게 만든다’고 하니, ‘독서삼매(讀書三昧)’에 빠져봄도 좋을 듯하다. 이처럼 가을은 삶의 의욕을 한층 높여 주는 계절이라 할 수 있다.
“세월은 나를 기다리거나 나 때문에 멈추지 않는다(세월부대인(歲月不對人), 세월불아연(歲月不我延))”고 하니, 뭐든 하기 좋은 계절인 가을을 맞아, 자신에게 꼭 알맞은 가을 채비를 서둘러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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