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할아버지들. 그들은 노년에도 자식 걱정을 한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 없고,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는 말이 있다. 하나든 열이든 자식 사랑하며 걱정하는 부모의 심정을 잘 나타낸 말이기도 하다.
자식을 많이 둔 부모들. 그들은 모든 자식이 다 귀하다. 열이면 열 모두가 자신의 분신이기 때문이다. 부모의 마음은 잘 안 되는 자식에게 더 관심이 가게 마련이다. 자식을 적게 둔 부모도 걱정은 마찬가지다.
지금이야 자식을 많이 낳지 않지만 약 40-50년 전만 해도 한국의 부모들은 자식을 많이 낳았다. 5-6명에서 많게는 10-12명까지 낳은 어머니도 있었다. 그 자식들 뒷바라지하느라 어머니들은 무척이나 고생 하셨다.
미국에 이민 와 사는 70-80 넘은 할머니들이 아마 그 때 그 어머니들일 것이다. 그래도 그 어머니들은 불평 없이 자식들을 키워냈고 그 것에 보람을
느꼈을 것이다.
부모의 심정을 알려면 부모가 돼 보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부모가 된 후에도 부모의 마음을 완전히 알기란 불가능한 것 같다.
부모님 살아 계실 때 효도해야 한다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그렇다. 내 자식 크는 것에 모든 것을 걸기 바쁘다. 그래서 늙으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항상 뒷전에 계신 것이 현실인 것 같다.
자식들이 대학을 나와 직장을 잡고 결혼을 한다. 그러면 부모로서 자식에 대한 모든 걱정이 끝나는 줄 알지만 그게 아니다. 자식이 결혼하고 자식을 낳으니 또 그 자식의 자식이 어떻게 될까봐 걱정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부모의 심정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의 심정으로 변할 뿐이다.
자식 걱정은 부모의 본능이다. 걱정한다고 자식들이 다 잘되는 것은 아니다. 걱정은 걱정이다. 자식들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이 좋다. 그리고 노년을 멋있게 살아가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주위에는 은퇴 후에도 젊은이 못지 않은 열정을 가지고 노년을 알차게 보내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많이 본다. 그들의 공통점은 무슨 일이든 적극적이다. 몸을 사리지 않는다. 사교적이다. 정력적이다. 창조적이다. 낙천적이다. 적극적이다. 비교하지 않는다. 웃음이 많다. 유머가 넘친다. 젊은이들
과 잘 어울린다. 자식에게 의뢰하지 않는다.
열심히 일을 찾아 나서며, 일을 한다. 자식이나 타인의 눈치를 살피지 않는다. 그리고 사고(思考)방식이 고루하지 않다. 이같이 열심히 노년을 사는 그들을 보면 그들의 나이가 70이나 80이 넘었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한다.
사람이 늙는다는 것은 객관적 관찰에서 시작된다. 그 관찰의 지표는 나이다. 나이는 해가 감으로 먹는다. 나이가 들어가며 피부엔 주름살이 늘어난다. 사고방식도 고정관념으로 정지되기 싶다. 황혼기에 접어들어 자식들의 눈밖에 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늙음을 극복하는 길이 있다. 노년을 알차게 보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처럼 마음을 젊게 갖는 것이다. 그리고 일을 찾아 자원봉사라도 하는 것이다.
사실 나이란 없다. 나이는 인간이 만들어 놓은 숫자에 불과하다. 내 마음이 내 나이를 결정할 수 있다. 숫자에 구속된 육신의 나이는 잊어버리면 된다. 마음마저 늙힐 필요는 없다.
자식들에게 부어지는 사랑과 걱정은 하늘이 내려준 인간의 본능이다. 아무리 자식 나이 40, 50, 60이 넘어도 부모의 사랑과 걱정은 한결 같다. 80먹은 어머니가 60먹은 아들에게 “길 갈 때 자동차 조심하라”고 일러준다.
이것이 부모의 심정이다. 그러니 걱정한다고 될 게 있고 안될 게 있다. 자식 걱정일랑 내려놓고 남은 여생을 멋있게 마무리 지어 가는 노년의 생을 살아 보는 것도 괜찮다. 그리고 젊은 사람들은 부모 생전에 잘 모시고 돌아가신 다음 후회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자식은 전화도 제대로 걸지 못하는데 늘 전화를 먼저 걸어 형편을 물어보는 노부모들의 마음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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