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1주년을 맞으면서 미국의 대테러전이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부시행정부가 테러 응징전으로 아프간의 탈레반정권을 전복하였으나 테러 주범인 빈 라덴의 행방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아프간 이후 대테러 전쟁의 대상으로 지목된 이라크에 대한 공격이 점점 구체화 되면서 미국은 국내외의 점증하는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려는 목적은 분명하다. 이라크의 후세인은 테러조직을 지원할 뿐 아니라 그 자체가 테러정권으로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서두르고 있고 이미 상당한 무기를 갖고 있는 것으로 미국은 보고 있다. 이 무력은 이스라엘에 치명타를 가해 중동의 세력 균형을 깨뜨리고 나아가서 미국에 대한 직접적 테러를 감행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사전에 선제공격으로 이라크에서 후세인을 몰아내자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그렇게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군사력이 아니라 외교적 난관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9.11 테러는 미국이 명백히 피해를 당한 사건이었기 때문에 테러범을 잡겠다는데 어느 나라도 이의를 달 수가 없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테러행위를 저지르지 않은 상태에서 이라크를 선제공격하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나라들이 반대 입장이다.
이라크 공격에 대한 반대는 우선 중동의 아랍국가에서부터 나오고 있다. 지난 번 이라크 전쟁 때는 이라크가 같은 아랍국인 쿠웨이트를 점령하였기 때문에 이를 징벌한 미국에 대해 많은 아랍국이 동조하였다. 그러나 앞으로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한다면 이것은 이스라엘의 후원자인 미국과 아랍국인 이라크의 전쟁이 되므로 많은 아랍국들이 미국의 편에 설 수 없게 되었다.
미국에 군사기지를 제공하고 있는 사우디와 바레인을 비롯, 이란과 예멘이 반대하고 있고 전통적 친미국가인 요르단, 터키, 쿠웨이트도 형식적으로 반대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아랍국 중 반대의사를 밝히지 않은 국가는 카타르, 오만, 이집트에 불과하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대한 더 큰 반대는 유럽 강대국으로부터 나오고 있다. 미국과 외교적 라이벌인 러시아와 프랑스는 물론 독일까지 반대 대열에 가세하고 있다. 미국의 가장 강력한 동맹국인 영국에서 조차 이라크 공격문제에 대해서는 내각의 태도가 확정되지 못한 상태이다.
이러한 국제분위기와 함께 미국내에서도 반대 여론이 점증하고 있다. 처음에는 일부 비판세력에 의해 제기되었던 반대론이 국제사회의 반대기류를 타고 확산되어 공화당 내에서도 찬반론이 갈려있다고 한다. 이라크 공격문제를 둘러싸고 전쟁을 시작하기도 전에 국제 고립과 국론분열에 직면한 셈이다.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이 테러정권임에는 틀림없다. 미사일과 대량학살무기를 개발하고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 무기를 테러조직에 넘겨주거나 스스로 테러를 자행할 우려도 있다.
외부의 의혹에 대해 무기 사찰을 받겠다고 하면서 시간을 끌다가 사찰
을 하려고 하면 안 받겠다고 버티는 술수를 쓰기도 한다. 북한의 수법과 비슷하다.
미국이 선제공격으로 이같은 테러정권을 축출할 수 있다면 그보다 다행스러운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라크 공격은 아직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군사적 준비보다도 정치적 준비가 부족하다는 말이다. 다른 나라들을 미국편에 끌어들이고 국민들을 설득한 상태에서만 이라크 공격이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역사적으로 분쟁당사자 보다는 분쟁해결자의 역할에 성공함으로써 초강국이 되었다. 세계1차대전과 2차대전은 유럽국가들간의 싸움이었는데 미국이 한쪽에 가세함으로써 전쟁의 결말을 이끌어 냈다. 전쟁을 일으켰던 유럽국가들은 두 번의 대전을 거치는 동안 쇠퇴했고 반면에 미국은 신흥대국이 되었다. 그러나 2차대전 후 미국이 직접 전쟁에 개입하면서 너무나 많은 희생을 감수해 왔다.
미국이 애당초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할 때는 국제 공조를 강조했었다. 이 대테러전이 새로운 국제질서의 기본이 될 것으로 여겨졌다. 바로 그 점을 살려야 한다. 반문명적인 테러가 모든 나라의 공동의 적이라는 개념 아래 대테러전을 국제사회의 공동의 과제로 만드는데 더 노력해야 한다.
미국만이 총대를 매고 대테러전을 하다가는 미국의 힘만 빠져버리고 다른
나라들은 미국의 반대자의 자리에 서게 된다. 그러므로 미국도 이제는 힘을 아끼면서 실속을 차리는 상대주의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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