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칼럼
▶ 김명욱(목회학박사. 종교전문기자)
지난 22일 막내딸을 기숙사에 데려다 주었다. 이날, 대학 1학년이 되는 딸이 집을 떠나 혼자 살아가는 첫 날을 아빠와 엄마, 언니가 함께 이사해 주었다.
다행히 학교는 뉴욕 안에 있어 데려다 주는 길은 멀지 않았다. 딸은 옷가지 등 기숙사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전날 저녁에 챙겨 두었다가 이날 함께 날랐다. 딸이 옮긴 것 중에는 가족 사진 등을 포함해 아빠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만들어 준 100가지 속담(proverb)도 들어 있었다. 이 속담은 한국어와 영어로 된 것인데 속담을 한국말로 외우며 그 뜻을 헤아려 세상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라고 만들어 준 것이었다.
기숙사는 도심지 안에 있는 빌딩이라 그런지 도착하니 어수선했다. 일찍이 도착한 학부형과 학생들이 짐을 나르느라 분주히 오가고 있었다. 새로 입학해 들어오는 1학년생들에게 재학생처럼 보이는 학생들이 안내를 하는데 아주 친절하게 해 주었다.
기숙사 입사 수속을 마친 딸과 우리는 3층의 정해진 방으로 짐을 가지고 올라갔다. 기숙사 방은 침대가 2층으로 되어있고 책상 두 개, 의자 2개, 긴 옷장 2개, 선반 달린 옷장 2개가 전부였다. 방은 두 사람이 겨우 활동할 정도로 작았다. 주방 기구는 없었다. 식사는 식당이 있어 그곳에서 공동으로 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모든 것이 다 새것이었다.
딸은 “어마나, 방이 이렇게 작아!”하며 한편으로 실망하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나는 “그래 그렇게 작은 아파트라고 하던 우리 집이 이 기숙사 방에 비하면 궁궐이라는 걸 제발 깨달았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다.
화장실은 복도 한 쪽에 있었다. 공용 화장실이었다. 학교가 남녀 공학이라 기숙사도 공용이다. 화장실에 들어가 보니 깨끗했다. 샤워를 함께 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었다. 이 기숙사는 올 해 처음으로 개조한 것으로 방도, 화장실도 모든 것이 새로 꾸민 상태였다.
딸은 모든 것이 새 것이니 작은 방이지만 그래도 신선한 감을 맛보는 것 같았다. 딸 역시 플래시 맨(fresh man: 대학 1학년생·신입생)이니 더 신선해 보였다. 딸의 룸메이트는 우리가 도착할 때까지 오지 않았다. 이름이 방문 앞에 붙어 있었는데 미국 이름이었다.
제발 어떤 학생인지 둘이서 사이좋게 좋은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우리들은 바랬다. 이때, 복도에서 같은 층에 방을 얻은 한국인 학생과 어머니를 만났다. 인사를 나누었는데 로스앤젤레스에서 왔다고 한다. 아빠는 바빠서 같이 못 왔다는 그 어머니는 딸의 짐을 옮겨 주느라 분주하면서도 딸 걱정부터 하고 있었다.
“우리 아이는 로스앤젤레스 애나하임에 있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뉴욕에 왔는데, 뉴욕에서 잘 지낼는지 참 걱정이 되는군요!” 그 어머니는 무척이나 딸이 안돼 보이는 모양이다.
“L.A.에서 온누리교회를 다녔는데 이곳에서 딸을 어느 교회에 보내야 될지 그것도 걱정이군요” 나는 그 어머니에게 “나의 딸은 뉴욕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자랐으며 또 교회에 나가니 함께 의논해 교회도 정하고 모든 것을 잘 상의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며 “너무 염려하지 말라”고 말했다.
매년 이맘때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들어가는 자식을 둔 많은 부모들은 자식을 기숙사로 떠나 보낸다. 이때, 자식을 데려다 주고 오는 어느 어머니의 아픈 심정을 신문지상을 통해 읽은 적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때는 별로 실감을 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번에 딸을 기숙사에 데려다 주고 오면서 그때 그 부모들의 심정을 이해할 것 같다.
막내딸의 경우 뉴욕에서 뉴욕으로 집만 바꾸어 떠난 경우다. 주말만 되면 집으로 올 수도 있고 보고 싶으면 만나러 갈 수도 있다. 그런데도 기숙사에서 다른 친구들하고 잘 어울려 생활할건지 걱정이 되고 헤어져 있다는 사실에 섭섭함이 앞선다.
하물며 로스앤젤레스에서 딸을 뉴욕으로 보낸 그 어머니 같은 경우와, 뉴욕에서 다른 주로 자식을 보내는 부모들은 얼마나 마음이 아프고 섭섭할 것인가. 아마도 딸을 시집보낸 것 같은 아픔과 생소한 곳에서 적응을 잘해 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설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홀로 서기를 시작해 성숙한 사회인이 되기 위한 첫 걸음을 디디는 과정에 있다. 그런 딸들과 아들들에게 우리는 걱정보다는 뿌듯함을 느끼고 그들의 장래를 위해 축복을 빌어 주어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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