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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영(서울경제 뉴욕특파원)
요즘 한국 젊은 여성들은 아이를 하나만 낳고 자신의 인생을 즐기려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경제가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갔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거니와 대학 이상의 교육을 받은 여성들이 자녀 부양보다는 자신의 일을 선호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호에서 미국인들은 아이를 많이 낳는데 비해 유럽 젊은이들이 아이를 낳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미국은 앞으로 50년간 유럽보다 건강한 경제를 꾸려나갈 것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2000년을 기준으로 임신 가능한 미국 여성이 평균 2.13명의 아이를 낳은데 비해 서유럽 여성들은 1.4명을 낳았다. 인구통계학에서 부부 한쌍이 평균 2.1명을 낳아야 그 나라의 인구는 줄지도, 늘지도 않는다고 한다.
가임여성의 출산율 기준으로 미국의 인구는 늘어나는데 비해 유럽은 줄어든다는 얘기다. 게다가 미국은 유럽보다 이민자를 더 많이 받고 있기 때문에 현재 2억8,000만명의 인구가 25년후에는 3억5,000~4억, 50년후에는 4억~5억5,00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비해 서유럽은 인구가 줄게된다. 인구면에서 곧 미국이 10여개 서유럽국가를 합친 것보다 많아지게 된다.
19세기 영국의 경제학자 토머스 맬더스는 그의 저서 ‘인구론’에서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비해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난다”며 전세계가 인구과잉으로 멸망할 것이라는 극도의 비관론을 내놓았다.
하지만 미국과 서유럽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인구를 얼마나 늘릴 것인가 하는 문제가 주요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많은 인구를 먹여 살릴 경제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 수를 오히려 국력의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서유럽 여성들이 미국 여성들보다 자신의 인생을 즐기려는 경향이 높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앞으로 20~30년 후에 젊은 인구가 줄고, 노년층이 늘어나 일하는 사람보다 노는 사람이 많아지게 된다. 사회가 늙고 있다는 것은 그 나라 경제와 국력이 약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 인구통계에 따르면 50년 후에 출산률이 높은 미국의 평균연령은 36세인데 비해 출산율이 낮은 유럽은 53세에 이를 전망이다. 미국은 앞으로 50년간은 튼튼한 인구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인구통계학 측면에서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 여성들은 유럽과 일본 여성들보다 출산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한국의 임신 가능한 여성의 출산율은 1.3명으로 한해전의 1.47명보다 급격히 줄어들었다. 또 일본(1.33), 프랑스(1.89), 영국(1.64)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출산율 하락은 한국 인구가 줄어들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좁은 땅덩어리에 너무 많은 인구가 살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반가운 소식처럼 들린다.
그러나 30년 후 한국을 생각해보면 걱정이다.
지금 아이를 낳은 보모들은 은퇴 연령에 접어들어 노인인구가 급증하는 반면, 젊은이들이 부족해진다. 한국의 출산율이 유럽보다 낮다는 점에서 한국의 인구구조는 급속하게 노령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경제가 60~70년대에 급속하게 팽창한 것은 쓰는 인구보다 일하는 인구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인인구가 급증한 90년대 이후부터 일본은 장기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구통계가 반드시 경제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인구 구조의 변화가 장기적으로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한국은 미국처럼 이민을 받는 나라는 아니다.
따라서 한국이 장래에 많은 노동인구를 확보하는 길은 두 가지다. 하나는 북한의 노동력을 흡수하는 일이고, 또 다른 하나는 젊은 여자들이 아이를 둘 이상 낳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60~70년대 가난했던 시절에 박정희 정부가 “아들딸 구별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운동을 벌인 적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제는 “둘 이상 낳아야 잘산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어야 할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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