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10년도 훨씬 전. 뉴욕한국일보에 입사했을 때에는 기사를 원고지에 썼다. 지금이야 컴퓨터로 기사작성을 하고 있지만, 그것도 불과 몇 년 사이의 일이 아니던가.
신문사 초년병 시절에는 기사를 쓰기 위해 200자 원고지를 채워 나가야 했다. 햇병아리 기자시절에는 기사를 쓰다가 구기는 일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 새 쓰레기통에 원고지 뭉치가 수북하게 쌓이곤 했다. 물론, 기사 리드는 짧게, 내용은 역삼각형 형식에 따라 중요한 순서대로 등을 배우던 햇병아리 수습 때뿐 아니라 원고지가 아닌 컴퓨터로 칼럼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글을 쓰는 자체가 참으로 쉽지 않다는 생각은 여전하다.
원고지에 기사를 쓰던 그 시절에는 신문제작을 위한 편집이나 사진작업 역시 많이 달랐다. 지금은 컴퓨터로 편집하고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전송하지만 그때는 거의 모두를 손 작업으로 했다.
원고지에 기사를 쓰면 식자실의 베테랑들이 타이프를 치고, 그래서 나온 기사들은 편집실로 모아진다. 편집기자들은 신문 크기의 편집대장에 편집 칼로 기사를 잘라 붙이고, 제목을 뽑아 각종 글자체를 동원해 크기에 알맞게 배치하는 방식을 동원하여 신문을 편집했었다.
사진 작업 역시 암실에서 수(手)작업으로 이뤄졌었다. 캄캄한 암실에서 기자들이 찍어 온 흑백필름들을 사진기자가 모아 현상하고, 인화하고, 확대하여 신문제작에 필요한 사진들을 만들었다.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 찍어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 편집실로 전송하는 지금과 달리 참으로 시간과 노력이 훨씬 많이 필요했던 작업이었다. 아마도, 원고지를 쓰던 시절의 각종 이야기들은 컴퓨터가 보편화 된 이후 세대들은 다른 나라 얘기 같아 실감이 잘 나지 않을 게다.
10년이면 강산도 바뀐다고 했으니, 원고지를 사용하던 과거와 인터넷을 활용하는 현재의 근무환경 변화는 당연한 일이다. 불과 몇 년 사이에 널리 퍼진 인터넷 사용의 보편화는 직장인들의 출근풍속까지 바꿔 놓지 않았던가.
예전에는 출근해서 상사에게 눈 도장을 찍고, 요청했던 팩스가 왔는지 확인한 뒤 수첩에 하루 일과를 정리했다. 하지만 지금은 출근하자마자 컴퓨터부터 켜고, 밤새 쌓인 스팸 메일(Spam Mail)을 지우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스팸메일은 정크메일(Junk Mail), 벌크메일(Bulk Mail)이라고도 하는데 일반적으로 받기를 원치 않는 메일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여하튼, 몇 년 전 메일을 처음 사용했을 때는 광고성 메일보다는 대부분이 업무에 필요한
메일이 많았다. 주소를 알려주지 않은 곳에서 오는 메일 역시 극소수였다.
그러나 지금은 정체불명의 수많은 스팸메일이 날아들고 있다. 그 수가 너무 많아 업무와 관련된 메일을 찾기 힘들 정도다. 스팸메일은 참으로 다양하다. 제목도 기상천외하다. 기발한 문구를 접할 때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그리고 어떻게 메일 주소를 알고 보내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하지만 매일 매일 메일을 지우고 있다보면 짜증나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지우고 있는 사이에도 또 날아드는 스팸메일은 메일계정을 갖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겪고 있는 고충일 게다.
스팸메일을 근절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네티즌 스스로가 자신에게 발송된 e-메일 가운데 스팸메일을 걸러내 이를 제거하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나의 메일상자에는 스팸메일이 걸러지는 ‘대량 편지함’이 아닌 ‘받은 편지함’에도 스팸메일이 버젓이 자리하고 있다.
불과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명함에 e-메일 주소가 적혀있으면 다시 한번 존경의 눈초리를 보냈던 시절이었다. 그만큼 인터넷이나 e-메일이란 것이 생소할 때였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인터넷을 이용한 정보 공유나 손쉽게 편지를 주고받는 e-메일 활용은 이미 일상생활이 됐고, 어느새 인터넷 시대의 ‘꽃’으로 자리잡고 있는 e-메일이 스팸메일로 인해 짜증의 대상이 되고 있을 정도다.
원고지에 기사를 작성했던 초년병 시절, 그리고 늘어나는 스팸메일 때문에 메일 보기가 피곤하게 느껴지는 지금, 참으로 세월의 변화가 빠르다는 생각이 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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