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확률의 경기이다. 야구의 재미도 예측 불허하는 스릴이 있기 때문이다. 9회말 언제든지 경기가 뒤집어 질 수 있는 것이 확률과 도박의 스릴을 안고 있는 야구의 묘미이다. 9회말 3아웃이 선언되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승부를 예측할 수 없다.
9회에 등장하는 마무리 투수들에게 거액의 연봉을 지불하고, 또 마무리 투수들이 선발 못지 않는 스포트 라잇을 받으며 군림하고 있는 것도 9회를 끝마무리 해야하는 심리적인 압박감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는 D벡스의 김병현을 비롯 LA 다저스의 에릭 간예, 아틀란타의 잔 스몰츠등이 좋은 성적을 내며 마무리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 내고 있다. 특히 다저스의 에릭 간예는 올 45세이브를 거두며 아틀란타의 잔 스몰츠(46세이브)에 이어 리그 최고의 소방수로 떠오르고 있다.
간예는 올 다저스가 내셔널 리그 와일드 카드 선두로 떠오르게 한 주역이다. 이스이, 달, 노모등 선발 투수진들의 의외의 선전을 펼치고 있는 것도 간예가 마무리 역할을 확실하게 소화해 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6일(월) LA 다저스와 아리조나 D벡스와의 경기는 간예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9회에 승부가 엇갈린 야구의 스릴을 맛볼 수 있는 명승부였다.
D벡스는 이날 2위 다저스와의 자존심 경기에서 21승투수 커트 쉴링을 선발로 내세워 초전박살낼 기세로 덤벼들었다. 그러나 결과는 다저스가 5회동안 3-0로 앞서가며 쉴링를 6회만에 강판시켰다. D벡스는 의외의 복병 오마 달의 역투에 눌려 6회에 콜브런이 투런 호머를 칠 때까지 패색이 짙었었다.
3-2로 D벡스가 따라붙자 간예는 8회초 살얼음판 리드를 지킥기 위해 1사후 주자 2명을 두고 투입됐다. 다저스 구장의 열화같은 환호는 마치 십수년전의 다저스 영웅 페르난도 발렌수엘라를 연상시켰다.
간예는 자신감 넘치는 투구폼으로 강속구를 뿜어대기 시작, 2타자를 삼진과 범타로 잡고 마운드를 여유있게 내려왔다. 간예는 9회에 등판해서도 거의 난공불락처럼 보였다. 약간 배가 튀어 나온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게 있는 97마일대의 강속구는 거의 손대기 힘들어 보였다. 볼에 대한 집중력도 좋아 보였고 배짱이 엿보이는 투구는 앞으로 당분간은 간예 시대를 예고할 만큼, 강속구에 타자들이 맥없이 물러났다. D벡스가 2사후 마지막 타자가 안타를 치고 1루에 진출했을 때만해도 다저스의 승리는 거의 확정적으로 보였다.
그러나 ‘간예’를 외치는 다저스 구장의 환호의 열풍은 딜루시의 방망이가 번득 하는 순간, 순식간에 잠재워졌다. D벡스의 딜루시는 9회말 2사후 볼카운드 3-2, 마지막 볼 한 개에 승부가 결판나는 순간, 간예의 몸통으로 파고드는 직구를 통타, 타구는 담장까지 날아가는 2루타로 돌변했다.
점수는 3-3.
간예는 고개를 숙였고 다저스는 결국 연장 12회 끝에 6-3으로 패했다. 물론 이 경기에서 다저스의 1패는 치명적인 패배는 아니었다. 그러나 간예에게 준 충격은 의외로 큰 것으로 보였다. 초특급 쉴링을 꺾고 다저스가 1위 D벡스를 물리치고 심리적인 우위를 점유할 수 있는 일보직전에서 간예는 팀분위기를 망치고 역적이 됐다. 아무튼 간예를 공략할 수 있는 허점을 보여준 경기였다.
다저스는 현재 자이언츠와 함께 치열한 와일드카드 경쟁중이다. 선두 D벡스와의 간격이 10게임정도 쳐저 있어 두 팀 모두 패넌트는 물건너 갔다.
자이언츠의 걸림돌은 무엇보다도 간예이다. 27일 경기는 김병현의 D벡스 승리보다는 간예를 공략할 수 있는 허점을 갈파했다는 점에서 자이언츠 팬들로서는 신나는 명승부였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