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칼럼
▶ 김명욱(목회학박사. 종교전문기자)
살아 있다는 그 자체는 큰 행복이다. 살아있음의 반대되는 죽음. 그 두 마디에는 생(生)에 근거한 모든 것의 종말이 들어 있다. 물론 자신이 죽는다 해도 세상은 그대로 굴러간다.
세상이 변하는 것은 없다. 자신만 변해 세상에서 사라질 뿐이다. 과연 사람이 태어나 살다 죽는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행복을 느끼며 살아갈까.
’살아 있음’이 행복 그 자체인데, 그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세상엔 행복을 찾아 깊은 산 속에 들어가 도를 닦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도만 닦다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하산하는 사람들도 많다.
행복을 찾아 여행을 하는 사람도 있다. 여행 경비만 잔뜩 쓰고 피곤한 채로 돌아오는 사람도 많다. 행복을 찾아 돈을 많이 벌려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돈을 많이 벌어 편해지려고 하면 세상을 뜨는 사람들도 많다.
어떤 사람들은 어여쁜 여인을 아내로 맞아 좋은 집에 살면 행복해 지려니 하는 사람들도 있다. 여인과 잘 살다가 서로 성격이 맞지 않는다고 아이 낳고 헤어지는 사람들도 있다.
살아 있음 자체가 행복임을 말하기 전에 짚어야 할 것들이 있다. 먼저 "행복이란 무엇이며 어디서부터 행복이 오는 것인가?" 란 질문에 대한 답이다. 과연 행복이란 무엇인가.
무엇을 행복이라고 정의 내려야 하나. 행복을 인간 내적인 문제와 인간 외적인 문제 중 어디로부터 끌고 와 설명해야 하나.인생을 ‘일장춘몽(一場春夢)’ 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행복은 "봄 날 한 번 꾸는 꿈"에 불과하다.
인생을 나그네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행복은 길을 떠나 목적지를 찾아 헤매는 외로움일 뿐이다. 인생을 허무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겐 행복은 들어 설 자리가 없다. 행복이란 "살아있음은 좋은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요술방망이 이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해 본다. 그러면서 자신의 살아 있음과 자유에 감사를 하곤 한다. 그 생각이란 사형수의 마음을 상상해 보는 것이다. 사형선고를 받고 죽을 날만 기다리는 사람들.
사형수는 언제 죽을는지 모른다. 사형수들에겐 하루하루의 삶 그 자체가 인생의 전(全) 폭을 맡겨야 하는 절대절명의 삶의 시간이 된다.
서울 서대문 형무소에는 두 길이 있다고 한다. 면회소로 가는 길과 교수대로 가는 길. 간수가 사형수들을 "면회 왔다"고 불러내 나갈 때, 길의 방향에 따라 그들은 삶과 죽음의 갈래 길을 걷게 된다. 면회 왔으면 목숨은 사는 것이요, 면회가 아니면 그 길로 그의 삶은 끝나는 길이다. 언제 삶이 끝날 지 모르는 그들은 1분을 하루처럼 아끼며 살 것 같다.
사형수나 죄수들은 자유가 없다. 모든 것은 갇혀지고 닫혀진 상태다. 이렇듯 자유가 없는 구속된 삶은 행복할 수가 없다. 북한에 있는 동포들도 이에 해당할 것이다. 행복이란 자신의 자유를 어느 정도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
100% 자유 할 수도 없지만, 100%의 자유 추구는 방종이다. 100%의 자유에서 70~80%만 자유스러워도 행복할 수 있다. 그러나 수감자들은 거의 자유가 없다. 북의 동포도 마찬가지다.
그러기에 사형수들과 수감자들, 북의 동포들은 외적인 조건에서 이미 행복을 빼앗긴 사람들이다. 그것은 그들이 저지른 행동의 결과이기도 하고 잘못 태어났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부 정치·사상범들을 제외하고는 다른 사람을 탓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면 외적인 조건에서 행복을 빼앗기지 않은 많은 사람들은 왜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갈까. 욕심 때문이다.
마음에 행복을 담으려면 욕심(慾心)을 죽여야 한다. 인간의 마음속에 도사린 욕구와 욕심을 버리지 않는 한 행복은 항상 왔다 다시 달아날 것이다. 그렇다고 물질의 풍요를 위해 돈을 벌려고 하는 욕구마저도 버리라는 말은 아니다. 물질의 풍요는 사람을 편리하게는 해 준다.
그러나 물질의 풍요가 100%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공기로 숨을 쉬어야 산다. 물을 먹어야 산다. 공기와 물, 흔해빠진 것들이기에 귀중함을 모른다. 행복도 마찬가지다. 주위에 행복이 공기처럼 너무 많아 행복을 못 느끼는 경우다. 그러기에 구속받는 사람들, 나보다 못한 사람들을 생각하며 자신의 현재 상황이 얼마나 행복하고 자유스러운가를 느끼고 감사할 수 있는 것도 행복이다.
값없이 숨쉬는 공기에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이 돼야 진정, 행복은 느낄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살아있음의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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