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허하다. 굶은 것도 아닌데…. 먹고 또 먹어도 금새 군것질 거리를 찾게 된다. 아무리 먹어도 배가 고픈 느낌이다. 이렇게 식욕이 당기는 걸 보니 가을이 왔나보다.

가을은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찐다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다. 하지만 가을은 말이 살찌는 계절일 뿐 아니라 사람도 살찌우는 계절이다. 가을에는 온갖 곡식과 여러 가지 과일은 물론 동물들까지 살이 통통하게 오른다. 앞으로 다가올 추운 겨울을 잘 견뎌내기 위해 온몸에 지방분을 축적하는 본능적인 생리현상이 가져온 결과라 할 수 있다.

사람도 가을이 되면 모든 기운을 안으로 거두어들여야 한다. 식사를 잘해서 뼈에 진액을 보충하고 살이 쪄야 하는 것이다. 봄과 여름에는 밖으로 발산했으니, 가을에는 마음을 가다듬고 정신과 기운을 안으로 모아야 겨울의 추위를 잘 이겨낼 수 있지 않겠는가.

민족 의학이 집대성된 동의보감은 가을철 몸 관리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가을은 천기는 쌀쌀해지고 지기는 깨끗해진다. 이때는 밤에 일찍 자고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야 한다.

닭이 울면 일어나서 마음을 안정하고 쌀쌀한 가을의 기분이 없게 하며 정신과 기운을 거두어 들여 가을기운에 적응하게 하고 마음속에 다른 생각이 없게 함으로써 폐의 기운을 맑게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가을의 기운에 맞게 거두어들이는 도이다. 이것을 거역하면 폐를 상하고 겨울에 가서 삭지 않은 설사를 하며 간직하는 기운을 도와주는 힘이 적어진다’고.

가을철은 폐가 왕성하고 간이 쇠약해지는 때이다. 아침저녁으로 온도차가 심해지고 하루가 다르게 추워지기 시작하므로 폐 기능이 왕성해야 이에 적응할 수 있다. 선천적으로 폐가 약한 사람이나 너무 과도하게 폐를 지치게 하면 기침, 천식, 가래 등 호흡기 계통의 질환으로 고생하게 되므로 각별한 주의를 해야하는 것도 이 때문.

가을은 공기가 건조해지므로 피부가 거칠어지면서 여러 가지 피부병이 생기기도 쉽다. 또 간으로 인한 질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사람은 특히 가을철을 조심해야 한다.

간이 나쁜 사람은 여름에 좋아지는데, 여름에 호전되지 않았다면 가을에 심해질 수 있으므로 치료를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한인들이 많이 앓고 있는 당뇨병 가운데서도 목이 말라 물이 자꾸 먹히는 증세의 소갈병에 해당하는 환자들도 음력 7, 8월부터 병이 심해지기 쉽기 때문에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식욕이 좋아짐에 따라 과식하기 쉬운 가을철 고혈압, 동맥경화증에 시달리는 환자들은 지나친 칼로리 섭취를 제한하고 비만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한다. 이제까지 시행해 오던 운동, 식이요법, 약물요법 등을 계속하여 성인병이 악화되는 것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가을철 심한 밤낮의 기온차이는 어린이나 노인에게 감기라는 불청객을 가져다준다. 감염되는 바이러스 종류에 따라 증세도 발열, 두통, 근육통, 기침, 콧물 등 매우 다양하며 설사 등 소화기 증세를 일으키기도 한다. 합병증으로는 기관지염이나 폐렴, 축농증, 중이염 등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일주일 이상 계속되는 감기는 반드시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

감기에 걸리지 않으려면 평소에 골고루 음식을 잘 섭취하고 규칙적인 운동과 충분한 휴식을 통해 신체의 방어력을 키워 놓은 것이 기본이란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얘기. 하지만 ‘구슬도 꿰어야 보배’이듯 알고 있는데 그치지 말고 실천이 중요한 법이다.

가을에는 무슨 음식이든 가리지 않고 먹는 것이 좋다고 한다. 특히 어린아이들은 비만해지지 않을 정도라면 얼마든지 먹는 것이 좋다고. 가을 음식으로는 제철에 나는 감처럼 단맛 나는 과일이 으뜸으로 꼽힌다.

가을은 그 어느 때보다 자신의 건강을 돌보아야 하는 계절이다.
그 동안 일에 쫓겨 돌보지 못한 몸을 한 번쯤 점검해 조기에 질병을 발견하여 치료를 받도록 하자. 질병은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래로 막을 것을 호미로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한다’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이 바로 실천이다. 이제부터라도 평소 건강에 더 관심을 갖고 조금만 생활 태도들을 바꾸어 보자. 생활의 작은 변화가 평생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보장한다는 믿음을 갖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