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승쾌의 세상 틈새 읽기
▶ 한국일보 샌프란시스코 편집국장
"시험이라 어쩔수 없이 학교에 나왔지만 시험지를 쳐다보면 황토뻘로 변한 집이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수해지역 주민들이 겪는 고통이 요즘 날마다 생생하게 보도되고 있다.
읽고, 보고, 전해듣는 사람마다 제각기 감정이 달라 어느 지방의 어느 구절, 어느 사연이 제일 마음을 아프게 하는가는 제각각 일게다.
그런데 수능시험이 코앞에 닥친 수해지역 고등학생들의 이 한마디가 기자에겐 제일 큰 아픔으로 다가온다.
강원도 강릉시의 한 고교.
학생들 대부분이 크고 작은 수재로 4일째 수돗물 공급이 중단되는 바람에 머리를 감지 못했음은 뻔한 일.
가려움을 참지 못해 시험지를 앞에 놓고도 머리를 긁적거리는 것을 보고 선생님도 큰 소리를 칠 수 없었다고 한다.
아시다시피 우리조국 한국 땅덩어리가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인명피해만해도 2백여명에 이르고 재산피해액도 3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끊어진 철로와 도로, 없어져버린 집들, 전기도 물도 끊어진 고립된 마을들…. 태풍하나에 우리 사회가 이렇게 허물어지는 것을 보면 하늘이 두렵기도 하다.
"하늘이 무섭지 않냐?"던 그 말이 실감이 난다.
이런 수해 피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들의 이익만을 위해 줄기차게 싸우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들이 바로 한국의 정치집단이다.
병역비리 공방에다 신당 갈등등 끊임없이 싸우는 이들이야말로 하늘 무서운 줄 모르는 집단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매년 찾아오는 물난리이고 또 태풍은 항상 있는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위험 불감증]이란 것이 생긴 것일까?
태풍과 물난리가 제 아무리 기상이변이라 할지라도 그에 대응하는 노력이 수개월간을 지루하게 싸우는 정치공방의 끈질김만큼만 같았다면 피해는 조금이나마 줄였을 듯 싶다.
그러나 지금 위정자들만을 탓하고 있을 때는 아니다.
우리가 팔을 걷어부쳐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우리 한국민은 재난을 이겨내는 강한 저력을 가지고 있는 민족이다.
지난 1997년 IMF때.
금모으기를 통해 이미 그 저력을 보여준 바가 있지 않는가?
동참자들이 들고 온 것은 할머니의 비녀, 어머니와 아주머니들의 1돈서돈짜리 금가락지, 애기들 돌반지등이었지 어느 부잣집의 어마어마한 금괴가 나온 것은 절대 아니었다.
서민들의 힘은 이렇게 무서웠다.
한 돈, 두 돈짜리 금부치가 모여 世界금시장의 가격을 변동시킬정도였으니까….
이제 또 한번, 그때 그바람(?)이 그립다.
아무리 적은 정성이라도 도움이 필요한 곳에서는 큰 힘을 발휘한다.
직접 수해 피해현장에 뛰어들어 거들어 주지 못한다해도 그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법하다.
송두리째 재산을 사회에 내놓거나 큰 돈을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같이 손잡고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얘기다.
우리주변을 둘러보면 작은 봉사를 통해 세상을 살 맛나게 만드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이 하나·둘 많아지고 또 그런 작은 봉사가 넘쳐흐르게 되면 그것이 바로 이 사회를 지키는 감칠맛 나는 신선한 바람이 되지 않겠는가?
독자 여러분 이 동요를 기억하십니까?
"산위에서 부는 바람 시원한 바람
그 바람은 좋은 바람 고마운 바람"
이 바람은 어디에서 불어와도 좋을 듯 싶다.
우리 수재민들을 위한 신선한 바람이면 된다.
이제 겨레의 큰 명절인 추석이 2주앞으로 다가왔다.
허허바다가 돼버리고 세간살이가 흙탕물과 뒤범벅이 됐지만 물이 없이 씻지 못하는 벌판 같은 동네.
여기서 추석 명절을 맞아야 하는 우리 고국의 동포들에게 작은 겨자씨 같은 희망을 만들어 보자.
아무리 작은 정성이라도 수재민들의 가슴에 따뜻함과 행복함이 한아름 안겨질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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