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끝자락이자 가을의 문턱.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우리를 찾아왔다. 낮 기온이 다소 뜨겁지만 아침저녁에는 선선한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오늘 아침의 쌀쌀함은 피부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흔히 사람들은 가을을 두고 자기감성의 여과를 거쳐 나름대로 단정하고 있다. 독서의 계절, 천고마비의 계절, 풍요의 계절, 수확의 계절, 사색의 계절, 남성의 계절 등등으로.
가을은 이처럼 긍정적 의미에서 풍요로움과 청명함, 높고 푸름, 사색, 독서 등의 이미지를 준다. 하지만 고독, 이별, 낙엽, 외로움 등의 우울한 이미지도 함께 주는 계절이다.
무정한 세월은 흐르는 물과 같다더니 참으로 빠른 것이 세월이란 생각이 든다. 며칠 전부터 울려오는 밤 풀벌레 울음소리는 태풍 루사가 휩쓸고 간 수해의 아픔을 삭이지 못한 고국 수재민들의 비탄으로 들려와 측은하기만 하다.
가을은 사색의 계절이다. 나뭇잎이 하나둘 물들어 갈 때면 무엇인가 숙연해지면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게되기 때문. 또한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서양의 철학가 파스칼은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는 명언을 남겼나 보다.
누군가는 사람이 사색하는 일을 포기한다는 것은 인간이 바로 동물에 접근되어 간다는 비극이라고 했다. 또한 사색을 함으로써 인간의 본심을 잊는 일이 없이 열중할 수가 있다고 했다. 이는 인간의 의지와 의식적인 노력으로 인간의 행위와 그 결과에서 초연히 서 있을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사색이란 뜻일 게다.
찬바람이 불면서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사색의 계절이기 때문일까, 요즘 들어 문득문득 지난 세월을 떠올리는 시간을 자주 갖게 된다. 마치 가을이 되면 사람들이 비로소 올 한해 어떻게 지내왔는지에 대해 기억을 더듬는 것처럼. 새 생명이 싹트던 봄에 가졌던 희망, 분주하게 지냈던 여름날들의 일상 그리고 어느 덧 문턱에 들어선 가을날의 시간들을 찬찬히 들여다보곤 한다.
어느 시인의 시집에서 접한 ‘초가을 햇살이 따갑게 내려 쏟아지고 있습니다. 간혹 바람이 선선한 느낌을 주고는 있지만, 들판의 모든 생명들이 지난 계절 짊어지고 온 열매들을 익혀 주기 위하여 이제 저 햇살들이 그들의 머리 위에 쏟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나는 그 동안 무엇을 이루었고, 무엇을 얼마나 추수하게 될 것인가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라는
시 구절들도 떠올려본다.
아무런 기대도 할 수 없는 일상에 발목이 잡혀 있으면서도 가을마다 무슨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꿈을 꾸어왔고, 그 꿈에 속아 이제까지 그 먼 길을 걸어온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에도 빠져본다. 돌아보면 인생에 잘 된 일보다는 잘 못된 일이 더 많을 것 같은 삶이었는데도 아직 희망을 버릴 수 없는 것이 나의 인생이라 생각하면서 지나간 세월에 대한 더한 허전함
을 느끼기도 한다. 가을날의 생각들이 온통 잿빛이다.
가을의 분위기 탓일까 왠지 쓸쓸함, 외로움과 근심으로 가을의 문을 열게 된다.’근심’. 근심은 한자로 수(愁). 수(愁)자를 풀어 보면 가을(秋)의 마음(心)이다.
가을은 온갖 곡식과 과실들이 결실을 맺는 계절인데 왜 가을의 마음은 근심일까? 아마 이도 가을의 분위기 탓 일게다. 하지만 아무리 가을의 마음이 근심이라 하지만 지레 겁을 먹고 가을 분위기만 탓할 일은 아니다.
가을, 이 가을 뭔지 좋을 일도 있을 것이란 희망을 가져보자. 천고마비의 계절이니 등화가친의 계절이니 하는 선인들의 지혜를 바탕으로 해서 참다운 나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도 가져보자. 결실의 풍요로움 가운데 긍정적으로 사색하는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면 가슴 속 깊이 담고있는 소중한 꿈☆은 이루어질 수도 있기에 말이다.
수확과 풍요의 계절인 가을의 어느 날,
앞으로 살아갈 날들은 모두가 비록 가진 것이 많지 않더라도 깊이 생각하고 사랑을 베푸는 인생을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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