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가던 날 아침, 어머니의 김밥 싸는 모습은 매직 쇼 같았다. 밤새 준비해 놓은 시금치와 계란 부침, 당근, 노란 무를 줄줄이 넣어 대나무발로 꾹꾹 누른 뒤 송송 썰어 담은 도시락에는 까만 옷을 입은 밥 가운데 오색의 꽃이 화사하게 피어있었다. 마켓에서 3달러만 주면 사먹을 수 있는 흔하디 흔한 김밥이 우리들 기억 속에 항상 특별하게 기억되는 것은 소풍날 아침의 행복한 기대감 때문이리라.
▲종류: 스시와 마끼 전문 일본 식당 ▲오픈 시간: 런치는 월-토요일 정오-3시, 디너는 월-토요일은 5시 30분-10시 30분. 일요일은 5-10시까지. ▲가격: 전채, 샐러드, 수프와 국수가 2-8달러, 스시와 사시미 콤보는 10-19달러. 갖가지 마끼는 4-11달러. 4-6인용 파티 스시 트레이는 50-80달러에 준비해준다. ▲주소: 8935 W. Santa Monica Bl. West Hollywood 한인타운에서 샌타모니카를 타고 서쪽으로 가다 보면 로벗슨(Robertson) 조금 못 미쳐 오른쪽에 있다. ▲전화: (310) 276-9638
김에다 밥을 깔고 갖가지 내용물을 넣어 돌돌 만 것이 마끼(Maki)이니 우리 식으로 하자면 김밥인 셈이다. 힙밥 앤 마끼(Hip-Bop & Maki)는 마끼 전문 식당. 빨간색 등이 환하게 밝혀진 입구가 도쿄 뒷골목 스시집처럼 동양적인 분위기를 폴폴 풍긴다. 흰 구름처럼 둥실 떠 있는 하얀색의 등은 유명한 스칸디나비아 디자이너의 작품. 스웨덴의 드라이 사우나 안처럼 나무로 장식한 천장 또한 깔끔하다. 율 브리너처럼 시원한 헤어스타일의 웨이터는 결코 그에게 친숙하지 않은 발음일 터인데도 또박또박 오늘의 스페셜 메뉴를 들려준다. 샌타모니카 선상, 조금 더 진화한 남자들의 모습이 그리스 조각처럼 아름답다.
특별할 것도 없는 덴뿌라, 교자, 사시미 등의 전채이지만 조금씩 예쁘장하게 내와 더욱 맛깔스럽고 신선한 회를 얹은 갖가지 샐러드는 양도 푸짐하다. 사시미와 마끼, 스시와 마끼 등 믹스 앤 매치 스타일의 콤보는 점심이고 저녁이고 언제라도 다양한 먹거리를 맛볼 수 있어 좋다.
힙밥 앤 마끼에서는 캘리포니아롤, 새먼 스킨 롤이야 기본이고 그 외 20여 가지의 독특한 마끼를 맛볼 수 있다. 크리스피 코브라(Crispy Cobra)는 새우 덴뿌라와 게맛살, 아보카도, 오이를 넣은 마끼. 소프트 셸 크랩 롤에는 크리스피 스파이더(Crispy Spider)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캘리포니아 롤 위에 조갯살 구이를 얹은 모니카(Monica)와 장어 구이를 덮은 바이퍼(Viper)는 이름이 좋아서인지 훨씬 맛이 있다. 캘리포니아 롤 위에 스파이시 튜나를 얹은 마끼는 핫 나이트(Hot Night). 먹고 나면 힘이 쑥쑥 솟는 건지. 매운 참치와 오이가 들어간 마끼를 튀겨낸 Y2K를 앞에 대하고서야 바로 엊그제 같았던 서기 2천 년이 벌써 과거의 시간이 되어 버렸음을 새삼 의식했다.
<박지윤 객원기자>
jy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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