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혈병이 나은 뒤 어른이 되면 저처럼 아픈 아이들을 치료하는 의사가 되겠어요."
월드컵 한국대표팀의 이을용 선수로부터 꼭 백혈병이 낫기를 바란다는 격려를 받아(본보 8월2일자 A1면) 보는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던 김명수(11·충남 천안 신부초등5년)군이 15일 낮 대한항공 801편으로 뉴욕 JFK공항에 도착했다.
화학치료로 숱이 적어진 머리를 감추기 위해 검은색 모자를 푹 눌러쓰고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공항에 나타난 명수군은 "커서 의사가 되면 아프지 않는 주사를 개발해 어린이들을 치료하겠어요. 꼭 병이 나은 뒤 뉴욕으로 유학 오고 싶어요"라고 꿈을 밝혀 마중 나온 뉴욕한인회 박준구 부회장, 충청도민회 김영환 회장, 충남무역사무 이수연 행정관의 가슴을 아프게 만들었다.
어머니 정금선(35·충남 아산시)씨는 "세례명이 안드레아인 명수는 자신이 꼭 백혈병을 이긴다고 믿고 있어요. 나중에 커서 의사가 됐을 때 환자들을 잘 치료할 수 있게 하나님이 미리 환자 체험을 시키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아버지 김종경(37·현대자동차 아산차량팀 과장)씨도 "엄마가 머리를 감겨주다가 한 움큼씩 빠지는 머리카락을 보고 눈물지으면 ‘괜찮아. 남들은 일부러 머리도 깎는데 뭘’하면서 오히려 위로해 줄만큼 어른스럽다"고 대견해했다.
명수가 백혈병에 걸린 사실을 알게된 건 지난 4월초. 유난히 피곤해하고 혈색이 나빠져 병원에서 종합진단을 받았는데 백혈병으로 밝혀진 것. 처음에는 약물치료로 가능하다고 했지만 필라델피아 염색체 양성반응이 나오면서 골수이식만을 꼭 받아야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후 한국은 물론 일본, 대만 등에서 유전자가 같은 사람을 찾았지만 모두 실패했고 미국의 전국골수기증프로그램(NMDP)에 비슷한 사람을 발견했는데 서로 시스템이 달라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뉴욕한인회 박준구 부회장은 "뉴욕한인사회가 세라를 살려낸 바 있는데 이번에는 명수군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고 충청도민회 김영환 회장은 "도민회뿐만 아니라 모두 함께 방법을 찾아보자"고 약속했다.
캐미리백혈병재단의 양용화 실장도 "명수군의 딱한 사정을 알게된 이상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 싶다"고 약속했다.어머니 정금선씨는 "전교에서 1등을 다투는 등 공부도 잘했고 성격도 활발해 넉넉하지는 못해도 남부럽지 않게 살아왔는데 왜 명수에게 이런 시련이 생겼는지 몰라요. 어린 명수가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잘 버티고 있는데 뉴욕에 와서 여러 가지 좋은 일이 생기기를 바래요"라고 말했다.
<장래준 기자>
jraju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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