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박세리가 US 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연못 인근(워터 해저드)에 떨어진 볼을 치기 위해 신발을 벗고 물속으로 들어갔을 때 TV중계를 지켜보던 한국인들은 가슴을 졸였다.
연장전까지 가는 숨막히는 접전 끝에 박세리가 우승하자 한국은 발칵 뒤집혔다. "IMF사태의 실의에 빠져있는 고국의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게돼 기쁘다"는 박세리의 말처럼, 골프는 한국의 최고 인기 스포츠로 떠올랐다.
박세리의 뒤를 이어 김미현과 펄 신, 박지은 등이 연달아 LPGA에서 우승을 일궈냈고 장정과 한희원 등 신인들도 우승대열에 동참했다.
현재 여자 프로골프의 최고무대인 LPGA에서 활약중인 한국선수는 12명에 달한다. 여기에 산호세 출신의 김초롱(크리스티나 김)양이 올해 퓨처스 투어 상금랭킹 2위로 ‘지옥의 관문’이라는 퀄리파잉 스쿨을 통하지 않고 내년 투어로 직행했다.
또한 한국의 강수연 등 5명 이상의 선수들이 퀄리파잉스쿨 최종예선에 진출해 내년도 투어에서 활약할 한국 선수들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처럼 한국선수들의 진출이 늘어나 한국언론에 활약상이 크게 보도되고 있지만, 반대로 미국팬과 언론의 인기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
단적인 예로 지난해까지 32개였던 LPGA 토너멘트가 올해는 4개나 줄어 28개밖에 열리지 않고 있다.
이는 스폰서가 줄고 시청률이 떨어져 미디어들이 중계를 꺼리기 때문이다. 갤러리들도 미국선수들의 활약이 적기 때문에 대회장을 외면하고 있다.
한국선수들도 많지만 올해 8승을 올린 아니카 소렌스탐이 스웨덴 출신이고 브리티쉬 오픈 우승자가 호주 출신 카리 웹이다.
미국인 선수는 마흔살이 넘은 노장 쥴리 잉스터가 올해 US 오픈을 제패, 겨우 체면을 세웠다.
다음달 초 이곳 발레호에서 열리는 삼성 월드 챔피언쉽(총상금 77만5천달러) 참가자들을 보면 미국에서 LPGA의 인기하락 원인을 발견할 수 있다.
이 대회는 올 LPGA 4대 메이저대회 우승자, 2001년 LPGA 투어 평균타수 1위 및 상금랭킹 1위, 디펜딩 챔피언, 그리고 LPGA 투어 상금랭킹 상위 12명 등으로 엄격하게 출전 자격이 제한되어 있으며 한국, 일본, 유럽 투어 상금 1위 선수는 특별초청 대상이다.
대회에 초청 받은 총 20명 출전자 중 5명이 한인 골퍼다. 총 참가자의 25%가 한인선수인 셈이다.
대회 사무국은 17일 올해 한국선수가 5명이 출전, 8명이 출사표를 던진 미국에 이어 2번째로 많은 선수를 내보낸다고 밝혔다.
박세리, 김미현, 박지은, 한희원 등은 LPGA 투어 상금 랭킹에 따라 출전이 확정됐으며 이미나(21·이동수 패션)는 한국 여자프로골프(KLPGA) 상금랭킹 1위 자격으로 초청을 받았다.
■LPGA가 점점 인기를 잃어가고 대기업들이 스폰서를 꺼리면서 LPGA는 고육책을 내놓고 있다.
TV중계에서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커미셔너가 "가능한 선수들이 짧은 치마가 소매가 없는 티셔츠를 입을 것"을 주문했다.
TV 카메라맨들도 1,2위를 다투는 선수들을 빼놓고 늘씬한 미녀 참가자를 화면에 담기에 바쁘다.
세상의 일에는 작용과 반작용이 있는 법. LPGA를 외국선수들이 휩쓸면서 무대 자체가 고사될 위기가 닥친 것이다.
한국선수들이 우승하기를 바라면서도 미국선수도 잘하기를 응원해야 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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