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민 초창기인 1960년대와 70년대 초에 미국에 살고 있던 한인들은 스스로 교포라고 불렀다. 그 때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외국에 사는 사람들로는 재일교포 밖에 없었는데 미국에 한인들이 살게되니 이들을 재미교포라고 했고 한국에서 그렇게 부르니 미국에 사는 사람들 스스로도 자신들을 교포라 했다.
교포란 다른 나라에 거주하는 자기 민족을 일컫는 말인데 민족이 아닌 국적 차원에서는 교민이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영사관에서는 교민이라는 말을 썼다.
그 후 교포와 교민이라는 말이 식민지적인 냄새가 난다고 해서 해외동포와 재외국민이라는 말을 쓰게 되었다. 해외동포는 해외에 사는 같은 민족이라는 의미이므로 한국 국적을 가졌든 외국 국적을 가졌든 모든 한인들에게 해당되며 재외국민은 외국에 사는 한국 국민이란 말이나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만 지칭하는 말이다. 한국에서 이런 지칭을 쓰니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들이 스스로를 해외동포라고 불렀다.
그런데 해외동포란 말은 한국에서 외국에 있는 한 핏줄을 지칭할 때 쓰는 말이므로 미국에 사는 우리가 우리를 그렇게 부르는 것은 정확한 표현이라고 할 수 없다. 우리가 동포라는 말을 쓸 때는 한국에 있는 국내동포, 또는 세계의 다른 지역에 있는 러시아 동포, 재일동포 등으로 사용하는 것이 합당하다. 그래서 요즘은 우리가 우리를 부르는 말로 한인이라는 말을 쓴다.
한민족의 핏줄을 가진 사람들인 한인은 한국 내에 있는 사람들이 외국에 있는 사람들에게 붙일 수도 있고, 외국에 사는 사람들이 스스로도 부를 수 있는 명칭이기 때문이다.
미국이민 초창기에는 대부분의 한인들이 비록 미국에 살고 있었지만 신분상으로 한국에 살고있는 사람들과 크게 다름 없었다. 시민권을 가진 사람들이 더러 있긴 했지만 대부분 영주권이나 체류비자를 가진 사람들이었고 정부나 회사의 발령에 따라 미국과 한국을 왔다 갔다한 외교관, 상사 주재원 등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민자들도 미국에 온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였으므로 한국을 자신들의 나라로 생각했다. 그래서 한국을 본국이라고 불렀다. 본국은 외국에 살고 있는 사람이 자기의 국적을 두고 있는 나라를 일컫는 말이며 식민지나 속령에 대하여 그 지배국을 지칭하는 말이다.
그 후 이민사회는 크게 변모했다. 한인들이 미국에 정착하여 사업을 하고 집을 사고 자녀들을 교육했다. 한국에 있던 재산을 정리하여 미국에 옮겨오고 한국에 남아있던 가족을 데려오는가 하며 고향의 부모들이 연로하여 세상을 떠나면서 이민자들과 한국 사이의 거리는 점점 멀어져 갔다. 그리고 언젠가는 한국에 돌아가겠다는 생각으로 고집스럽게 버티던 미국 시민권을 받으면서 소속이 한국 국민에서 미국국민으로 바뀌고 말았다.
이렇게 되면서 한국을 부르는 지칭도 달라졌다. 한국을 개관적으로 ‘한국’이라는 고유명사로 지칭할 때도 있지만 나와의 개인적인 관계에서 부를 때는 조국이나 모국, 고국이라는 말을 흔히 쓴다. 모두 조상의 나라라는 의미가 있으나 조금씩 뉴앙스는 다른 말들이다.
조국은 한국에 있는 사람이나 외국에 있는 사람이나 모두 쓸 수 있고 또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이나 국적을 바꾼 사람이나 모두 쓸 수 있는데 정치적인 색채가 강한 말이다. 모국은 외국 국적으로 바꾼 사람이 한국을 지칭하는 말이며 고국은 한국 국적이나 외국 국적이나 어느 것을 가지고 있든지 외국에 살면서 한국을 지칭하는 말이다.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들은 같은 한인이면서도 미국사회에서 처한 신분이나 한국과의 관계가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사람마다 한국을 지칭하는 말이 다를 수 있다. 조국이나 모국, 고국, 본국 등 어느 것도 쓸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사람들이 어떤 지칭을 쓰느냐에 따라 미국과 한국 사이에 있는 그 사람의 현실과 심리상태를 알 수 있고 나아가서 한인사회 전체의 위치를 파악할 수도 있으니 참으로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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