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나그네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가수 최희준이 부른 노래로 기억되는 이 ‘가사’가 마음에 갑자기 와 닿은 것은 80이 넘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시는 양노원을 방문한 후였다. 똑같은 간격의 방에 한 분 혹은 두 분이 함께 기거하며 가구라곤 배당된 침대와 ‘등’을 올려놓은 테이블 서랍이 몇 개 달린 ‘장’이었다. 열려있는 방에 들어가니 침대 위에 찬송가와 성경책이 포개져 놓여있다. 옆에는 허리수술을 받았다는 할머님이 아픔을 참는 모습으로 누워 계셨고 그 옆 방으로 가니 이쁘장한 할머님이 외아들 집에 살다가 이 곳에 왔다며 똑같은 반찬에 싫증이 난다고 불평을 하신다.
이유는 모르지만 그 아들은 어머니를 이곳에 보내놓고 마음이 아파 거의 매일 찾아온다고 귀띰을 해 준다. 복도로 나와 빼끔이 열려있는 문을 여니, ‘뉘시요?’한다. 외로웠던 할머니는 ‘나’를 보자 반가히 의자를 권한다. 20켤래가 넘을 듯 나열된 구두에 놀라며 아들이 사주었다는 예쁜 가구들 위에 걸려있는 ‘지’적이며 엄숙함마저 풍기는 사진의 주인공이 누구냐고 물으니 ‘나야’하신다. 옛날에 ‘여’사장이셨다는 이 할머니는 젊었을 때 ‘장’이란 ‘장’은 다 해보셨다는, 그 시대에 신학대학까지 나온 인테리 할머니였다. 자식과 같이 산다는 것이 서로에게 불편해 식구에게 의논도 않은 채 이곳에 오신 과연 ‘여’장부 다운 분이셨다.
"할머니 다시 20대로 돌아가신다면 어떤 삶을 사시겠어요?"라는 물움에 "하나님 일에 헌신하며 살거야"하신다. 인간의 자랑은 할 것없고 하나님은 자랑해야 한다며 자기 자랑을 멈추신다. 가야된다는 내 손을 꼭 잡는 현명한 할머니를 뒤로하고 엘리베이터로 나오는데 활짝 열려있는 방에 마침 아무도 없다. 살짝 들어가니 재봉틀 한 대가 눈에 보인다. 무언가 만들다 만 색색까지의 ‘실’과 헝겊천이 겹쳐있고 그 옆에는 많은 책들이 어지럽게 놓여있는 이 ‘방’은 나의 30대의 살던 모습과 같기에 온 몸에 감동의 소름이 끼친다.
만사가 다 귀찮아진다는 그 나이에 양노원이 내 ‘집’인양 생동감 넘치는 삶은 사시는 이 할머님은 누구실까 매우 궁금해 하며… 똑같이 주어진 양노원 삶에도 외로워 못견디며 허공만 쳐다보는 분이 계시고 아직도 마음을 정리 하지 못한 채 과거에 얽매여 계신 분이 있나하면 마음을 비우고 하나님 말씀대로 살려고 노력하는 분. 재봉틀을 돌리며 책을 짬짬이 읽는 할머니를 보면서 나에게도 닥칠 노년의 ‘생’을 그려보는 귀중한 기회가 되었다.
외로운 벼랑에 ‘서’계신 분들게 필요한 건 맛있는 음식도 아니고 이쁜 옷도 아닌 ‘전화통화’가 아닐까 싶다. 계속되는 정다운 대화만이 그들의 멍해진 눈을 맑은 눈으로 바꿀수 있다고 나름대로 결론 지으며 정연 인생을 어디서 왔다 어디로 가는 걸까! 조금은 허무한 마음으로 양노원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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