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벌어진 제34회 라이더컵에서 미국이 전력상 한 수 아래로 여겼던 유럽에 진 후 패장인 커티스 스트레인지 감독의 작전실패가 패배를 불러왔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반면 유럽 감독 샘 토랜스는 절묘한 전략으로 팀에 승리를 안겼다는 칭송을 받고 있어 스트레인지를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8대8로 팽팽한 균형을 이룬 가운데 마지막날 12개 싱글매치에서 양팀은 완전히 상반된 작전을 들고 나왔다.
홈 필드의 이점을 살려 초반에 기선을 잡는 것을 중시한 토랜스는 콜린 몽고메리, 버나드 랑거 등 팀 주력을 첫 6개 매치에 전진 배치시켜 초전박살을 노렸고 팽팽한 승부를 예상한 스트레인지는 타이거 우즈, 필 미켈슨 등 스타선수들을 후반 6개 매치에 배치시켜 막판에 승부를 걸었다.
결과는 토랜스의 압승. 유럽은 첫 6개 매치에서 4승1무로 4½점을 챙기며 승기를 잡은 뒤 세계랭킹 100위권 내외 선수로 구성된 하위타선이 탑10 선수들로 짜여진 미국의 ‘빅 건’들을 상대로 1승4무로 선전, 3점을 보태 예상 밖의 완승을 거뒀다. 미국은 초반에 잇달아 일방적인 참패를 당하자 충격으로 사기가 떨어져 후반 주력부대가 나서고도 유럽의 상승세에 제동을 걸 수 없었다.
우세한 전력의 팀을 이끌고 부끄러운 패배를 당한 스트레인지 감독에게 비난과 질책이 쏟아지는 건 당연하다. 비평가들은 특히 맨 마지막으로 나선 우즈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승부가 결정되는 바람에 넘버 1 선수가 팀 승리에 기여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는 것을 지적하며 감독의 머리싸움에서 진 것이 결정적 패인이라고 단정한다.
물론 미국의 패배가 100% 감독의 작전미스 때문이라고 하는 것은 결과론이다. 만약 미국이 유럽의 초반 파상공세를 성공적으로 견뎌냈다면 이들은 지금 토랜스의 작전미스를 거론하고 있을지 모른다. 또 세계랭킹 1, 2위인 우즈와 미켈슨이 그들의 매치만 이겼더라도 14대14 동점이 돼 미국은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라이더컵을 지킬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스트레인지는 자신에 대한 비난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혹하다. 유럽이 지난 33번의 라이더컵에서 마지막날 싱글매치를 이긴 것이 5번에 불과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던 토랜스는 홈 필드라는 환경을 감안, 주력 전진배치라는 과감한 승부수를 걸어 승리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知彼知己 百戰百勝)’이라는 손자병법의 어구를 생각나게 한 멋진 용병술이었다.
김 동 우<특집1부 차장> danny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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