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년6월23일 연방하원은 트루만 대통령의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당시 노동계에 큰 파장을 불러온 노사 관계법을 전격 통과시켰다.
일명 ‘태프트-하틀리 법령’(Taft-Hartley Act)이라고도 불리는 이 법은 특정 노사문제가 국가경제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연방검찰이 80일간의 파업 유예기간을 설정하고 근로자들을 직장으로 강제 복귀시킨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트루만 당시 대통령은 공산주의와의 첨예한 이념대립 속에 통과된 이 법을 근로자들의 단체교섭권을 짓밟는 ‘노예노동법’이라고 극렬 비판했다.
이후 반세기가 흐르는 동안 이 법은 노동단체들로부터 수없이 많은 위헌논쟁을 불러일으켰지만 고용자 측의 철저한 비호 속에 아직도 그 골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롱비치항을 포함, 서부지역 29개항만에 무기한 직장폐쇄 조치가 내려진 지 6일이 지났다. 이 조치 이후 해운회사로부터 통관, 트럭킹, 무역, 소매업체들이 줄줄이 타격을 입고 있다. 하루 피해액만 10억달러에 달할 정도로 심각하다. 하지만 고용자 측과 항만노조간의 협상은 4일 오후까지 타결되지 않고 있다.
양측이 끝끝내 자율적으로 합의를 일궈내지 못할 경우 연방정부는 최후의 수단으로 ‘태프트-하틀리 법령’을 발동할 태세다. 이 법령이 발동되면 직장폐쇄는 해제되고 노조원들은 일단 작업장으로 복귀하게 돼 일단 관련업계는 한 숨을 돌리게된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책임소재가 어디에 있건 관계없이 가장 큰 피해자는 관련업계와 소비자들이다. 오늘 당장 직장폐쇄가 해제되더라도 상당수 업체들이 이미 피해를 입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의 영향을 받은 한인업체 수가 1,000여개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통관, 트럭킹업자들은 일거리가 없어 하루 하루를 초조함 속에 보내고 있고 무역상들은 납품시간을 맞추지 못할까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농민들은 창고에 쌓인 채 썩어 가는 과일, 채소들을 바라보며 속을 태우고 있고 소비자들은 생필품 품귀현상까지 겪는 황당한 입장이다.
개점휴업 상태인 본국해운회사에는 ‘오늘 당장 납품을 못하면 망할지도 모르니 내 물건만이라도 먼저 꺼내 줄 수 없느냐’는 화주들의 안타까운 목소리가 연일 들려오고 있다.
‘하루종일 시계만 쳐다보다 집에 간다’는 한 운송회사 관계자의 한숨 섞인 말도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노사관계의 자율성 보장도 좋고 근로자 인권보호도 좋지만, 노사 양측의 틈바구니 속에서 피해를 입고있는 업계와 소비자들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
하 천 식<경제부 차장>cshah@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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