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9일은 556돌 ‘한글날’이었다.
한글날 기념식을 처음 거행한 것은 1926년. 이 해는 1446년 한글이 반포된 이후 8회갑(480돌)이 되는 해였다.
일제치하에서 우리 글을 지켰던 ‘조선어연구회’에 의해 제정된 ‘가갸날’이 바로 한글날의 시초. ‘가갸날’은 당시에 한글을 배울 때 ‘가갸거겨’ 하면서 배웠기 때문에 정해진 것이라 한다.
’ 아 아 가갸날/
참되고 어질고 아름다워요/
축일(祝日) 제일(祭日) 데이 시즌 이 위에/
가갸날이 있어요/
가갸날…/
이는 만해 한용운 선생의 ‘가갸날’이라는 한글 축시다.
’가갸날’이 처음 제정되자 그는 축일, 제일, 데이(day) 시즌(season)이라는 한문, 영어 위에 한글이 있기를 축원하며, 우리 글의 우수성을 일깨우기 위해 애국심을 북돋았다고 한다.
그 당시 ‘가갸날’은 11월4일이었으나, 일제 강점기 이후인 1945년부터 10월9일에 공개적으로 기념식을 거행하게 됐다. 10월9일로 정해진 것은 1940년 7월에 발견된 ‘훈민정음’(해례본)에 9월 상한이라는 기록에 따라 9월 상한의 마지막 날인 9월10일을 양력으로 다시 계산했기 때문이다.
’한글’을 애초에 ‘훈민정음’이라 이름하던 세종 창제 28자는 언문, 언서, 반절, 암클, 아햇글,
갸글, 국서, 국문, 조선글 등의 명칭으로 불렸다. ‘한글’이란 명칭은 한국말과 글을 과학적으로 체계를 세워 국어학 중흥의 선구자가 된 한힌샘 주시경 선생에게서 비롯됐다.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문자이다. 그래서 우리는 한글에 대해 커다란 자부심을 갖고 있다. 외국의 학자들도 한글처럼 과학적으로 만들어진 문자가 없을 것이라고 극찬할 정도이다. 하지만 우리들의 한글 사랑은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우리 주변에서 일제 식민지 시대가 남기고 간 찌꺼기 같은 일본말들이 아무 거리낌없이 자주 사용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골프장에서 흔히 듣는 ‘삑사리’ 또는 ‘픽사리’도 그 가운데 하나. ‘헛치기’라는 좋은 표현은 언제나 뒷전일 뿐이다. 횟집에 가도 마찬가지. ‘사시미’와 ‘스끼다시’라는 일본말을 너무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사시미’는 ‘생선회’로 ‘스끼다시’는 ‘곁들이’ 또는 ‘곁들이 안주’라는 우리말 표현이 있는데도 말이다.
흔히, 유명한 사람을 일컫는 ‘기라성 같은 존재’라는 표현도 이제부터는 그만 쓰도록 하자. ‘기라’는 별이 반짝이는 모양을 표현한 일본어의 취음 한자를 우리 식으로 읽은 것이다. 그러므로 ‘기라성’은 ‘반짝 별’의 일본어일 뿐이지 우리말은 아니기 때문이다. ‘기라성’보다는 뛰어난 인물을 나타내는 우리말인 ‘별’이나 ‘큰 별’이란 좋은 표현을 쓸 수 있기 때문이기
도 하다.
’박음쇠, 시나브로, 가마리, …’
철심이 들어 있는 종이 꿰매는 연장인 ‘호치키스’ 또는 ‘스테이플러’는 ‘박음쇠’로, ‘알지 못하는 사이에 조금씩 발전해 나간다’는 의미는 순수한 우리말인 ‘시나브로’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집단 따돌림, 괴롭힘’을 뜻하는 일본말의 ‘이지메’나 은어인 ‘왕따’보다는 ‘욕먹기, 매맞기, 걱정 따위를 늘 당하는 사람’의 우리말 표현인 ‘가마리’가, ‘Q&A’란 말보다 ‘묻고 답하기’란 말이 더 어울리듯, 그러한 어감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이처럼 우리말엔 없는 말이 거의 없으며 미리내, 갈무리, 길라잡이 등 아름다운 말이 많이 있다.
한글은 우리들이 후세에 물려줘야 할 자랑스러운 유산이다. 미국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더더욱 자녀들을 위해 한글을 아름답게 가꾸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한글을 다듬기는커녕 제멋대로 사용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언어는 한 겨레의 생각과 문화를 이끌어 가는 생명력이라 한다. 우리 글, 한글을 올바로 사용하는 한글 사랑을 실천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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