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위에는 제임스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여러 명 있다. 피터도 여러 명 있다. 다니엘도 많다. 헬렌, 바네사, 제니퍼도 수두룩하다.그래서 “제임스네 전화야” 하면 누군지 금방 머리에 떠오르지 않는다. 잘 만나지는 못하지만 늘 마음에 있는 제임스 엄마? 아니면 아이 학교 친구 제임스네? 하고 헷갈린다.
또 “집에 오다가 피터 만났어.”하면 어떤 피터? 하고 꼭 물어보아야 한다. 아하? 이웃 동네 아저씨 피터가 아닌 큰 아이 초등학교 동창 피터? 하고 몇 번 확인해야 한다.
한인들은 미국에 발 디디면 제일 먼저 이름에 대해 고민한다.
미국 사람들이 한국 사람 이름은 발음하기 어렵다니까 제일 먼저 이름을 바꾸어야지, 근사한 미국 이름을 가지는 것이 주류사회에 들어가는 첫걸음이야 하고 미국 이름부터 지어서 이민 서류에 적기도 하고 미국에 살다가 시민권 신청을 하면서 미국 이름을 정하기도 한다.
그래서 시민권을 받은 후 공공기관에 갔다가 서류에 있는 이름을 부르면 자기 이름이면서 생소해서 잠시 어리둥절하기도 한다.처음 만나 악수를 하며 가장 먼저 상대방에 대해 나누는 것이 이름이다보니 이왕이면 자신
이 말하기도, 남이 부르기도 쉽고 좋은 느낌을 주는 이름이어야겠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미국식 이름으로 바꾼다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이다.
현재 프린스턴대학 교수인 작가 이창래는 첫번째 소설 <네이티브 스피커>(Native Speaker)를 통해 “존, 탐, 라이언, 캐빈 등 어떤 미국식 이름을 가질 것인가, 아무리 미국식 이름을 가져도 반쪽 아메리칸으로서 본래의 이름 창래, 대식, 영만을 무시하거나 잊어버릴 수 없다면… “ 하고 미국사회에서 아웃사이더로서 느끼는 소외감과 상처받은 자아를 토로하고 있
다. 이름을 바꾼다고 해서 사람까지 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대화 도중 상대방의 이름을 다정하게 불러주는 것을 좋아하는데 발음하기 어려운 이름은 부르기 쉽지 않아 비즈니스상 쉽게 대화가 풀려가지 않는다면 그 이름은 바꿀 필요가 있다.
만일 한국 이름 자체가 미국 이름과 똑같이 발음된다면 굳이 바꿀 필요가 없는 것이 아무리 좋은 이름이라도 어려서부터 불려온 이름만큼 익숙한 정이 들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뉴욕주 변호사 시험 합격자 명단에서 이름이 브라이언, 마이클, 존으로 되어있으면 미국인인지 한국계 미국인인지 알 수 없어 한국인 성씨인 박, 이, 김 등으로 한인 합격자 숫자를 추측하는 기사를 쓴다. 그러다 한국 이름 석자를 발견하면 그 확실성으로 인해 그리 기쁠 수가 없다.
한인들이 좋아하는 여자아이 이름인 그레이스(감사), 헬렌(빛), 제인(신의 우아한 선물), 바네사(나비), 글로리아(영광) 등등 그 뜻이 대부분 여성적이거나 성경에서 유래했다.남자아이 이름도 데이빗, 다니엘, 조셉, 엠마누엘 등 기독교적이거나 세례명에서 따오고 있다.
교회나 성당에 다니는 한인이 많다보니 수많은 다니엘, 수많은 제인이 주위에 있는 것.이왕 새로 미국식 이름을 정한다면 남들이 잘 안 쓰는 특이한 이름을 지어서 상대방에게 강한 인상을 남겨주어야 할 것이다.
또 주위에서 ‘미국 살면서 왜 굳이 한국 이름을 쓰지? 아이 친구가 아이 이름 부르기를 어려워하면 어떡해?’하는 염려에도 불구하고 아이나 어른이나 한국식 이름을 고수하는 사람들도 있다.
유래와 뜻이 담긴 이름은 단순한 이름 석자가 아닌 고국이 지어주었고 부모가 지어준 이름이라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몸에 밴 가장 편한 이름은 아무리 발음하기 어려워도 오히려 그 특이성으로 친구나 이웃, 직장에서 기억되는 인물이 될 수 있다.
그런 사람은 이름 석자 자체로 한국인임을 드러내는 자부심을 보여주는 것이니 괜히 미국식 이름 하나 지으라고 하지 말라. 이름은 가장 중요하되 남이 이래라 저래라 할 성격이 아니다. 그것이야말로 집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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