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메이저리그 베이스볼 플레이오프 시즌이 개막됐다. 메이저리그 야구를 보는 것을 무척 즐기는 나로서는 플레이오프 시즌에 진출한 팀들이 매 게임마다 만들어내는 드라마를 보는 게 얼마나 설레고 기쁜 일인지 모른다. 아메리칸 리그 최강자 뉴욕 양키즈의 오만한 콧대를 꺾고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 시리즈까지 올라간 애나하임 앤젤스를 보는 것도 유쾌하고, 수지가 안 맞으니 구단을 없애자는 의견이 나왔을 정도의 위기를 겪으면서도 리그 챔피언십 게임까지 진출한 미네소타 트윈스를 보는 것도 즐겁다.
그렇지만 시즌 끝까지 줄기차게 따라붙던 다저스를 떨쳐내는 집념과 승부욕을 보여주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내셔널리그 챔피언으로 등극하며 월드 시리즈에 진출한 것은 아마도 야구를 관람하는 모든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거리일 것이다. 이유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는 홈런왕 배리 본즈가 있기 때문이고,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타자라는 찬사를 들으며 거의 모든 부문에서 놀라운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그가 유일하게 얻지 못한 것이 바로 월드 시리즈 챔피언십 우승 반지이기 때문이다.
배리 본즈의 기록을 살펴보면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1964년에 태어났으니 올해로 만 38세인데, 해를 거듭할수록 그의 실력은 늘어만 가는 듯 하다. 그의 통산 타율은 2할9푼5리이고, 총 613개의 홈런을 쳤다. 지난 두 해 동안에만 그는 122개의 홈런을 쳤으며, 10년 연속 30개 이상의 홈런을 친 기록을 보유하고 있고, 2002년 시즌 타율은 믿어지지 않는 3할7푼이다. 더더구나 대단한 것은, 대개의 홈런 타자들이 스트라이크 아웃을 많이 당하는데 비하여, 배리 본즈는 2002년 시즌 중 홈런을 46개 칠 동안 스트라이크 아웃은 47개밖에 당하지 않았으니, 그야말로 투수들에게는 가장 두려운 타자인 것이다.
모 아니면 도라는 식으로 스트라이크 아웃의 위험을 감수하며 힘차게 배트를 휘둘러 홈런을 치던 이전 홈런왕들에게서 배운 교훈이 용기와 투지였다면, 배리 본즈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오랜 기간 갈고 닦은 기량과 연륜으로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오는 공을 정확히 가려내는 선구안과 홈런을 칠 수 있게 몸을 키워오는, 오랜 시간에 걸쳐서 한 가지 목표를 향해 갈고 닦는 치밀한 계획과 노력일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더욱 더 가공할 타자가 되어 투수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배리 본즈도 처음 선수생활을 시작할 무렵에는 비쩍 마른 모습이었지만, 홈런을 치기 위해 꾸준히 몸을 키워온 것이 이제 한 시즌에 적어도 40~50개의 홈런을 칠 수 있는 기량으로 발전한 것이다.
메이저리그 야구에 관심을 가지고 보기 시작한 지 이제 20년이 되었다. 볼티모어 오리올즈의 옛 메모리얼 구장에서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난생 처음 야구를 구경한다며 와서는, 홈팀인 오리올즈가 아닌 오클랜드 에이즈의 덕아웃으로 가서 호세 칸세코를 비롯한 선수들과 악수를 나누는 바람에 관중들이 야유를 보내던 장면, 2회말인가 끝나고서 부시 대통령과 함께 헬리콥터를 타고 구장을 떠날 때 나오던 루이 암스트롱 목소리의 What a Wonderful World 와 꼭 어울리던 아름답던 노을, 칼 립켄 주니어와 빌 립켄 형제가 나란히 2루수와 중견수를 맡고, 그들의 아버지 칼 립켄 시니어가 3루 코치로 있던 모습, LA로 이사 와서 처음으로 동양인 선발 투수 노모를 보고 신기하고 감격했던 기억, 그 후 한국에서 온 박찬호 선수를 처음 보고 감격에 벅차던 기억 등.
야구를 보면서 항상 느끼게 되는 것은 무엇이든지 하룻밤 새에 이루어지는 일이 없고, 목표를 세우고 계획을 세워서 꾸준한 노력으로 점차 조금씩 이루고자 하는 일에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어디 세상일이 계획 세우고 노력한다고 꼭 이루어질까. 가까이 다가가는 것과 그 것을 이루는 것의 차이가 아마 운이 아닐까. 이번 월드 시리즈에서 과연 배리 본즈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우승을 하게 될지 정말 궁금하다.
새라 최<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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