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 주필의 테마여행
![](/photos/LosAngeles/20021022/l1.jpg)
천민이 받는 박해와 방랑족의 한, 비극적인 사랑의 결말, 피할 수 없는 운명적인 죽음 등을 격렬하게 표현한 것이 플라멩코다. 플라멩코의 원조는 스페인 그라나다이며 가톨릭, 유대인의 예배음악 그리고 무어인들의 아랍 멜로디와 집시 음악이 혼합되어 있다. 플라멩코는 스페인의 다양한 문화가 낳은 예술이며 이 음악을 생활화하여 집대성하고 가꾼 것이 집시들이다. 지금은 집시 음악의 대명사처럼 되어 있다.
한국의 창과 비슷한 플라멩코는 격식에서 벗어나 온몸으로 자신의 영혼을 표현한다. 집시들은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모닥불을 피우며 저녁식사를 한다. 둘러앉은 사람들이 포도주를 마시며, 처음에는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다가 시간이 지나면 삶의 푸념이 시작되고 누군가 감정을 억제하지 못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이런 식의 한이 섞인 노래를 ‘시기라야’라고 하고 이 노래를 부르는 사람을 ‘깐따오르’라고 한다. 멕시코인 등 남미인들이 추는 경쾌한 플라멩코는 누에보라 하여 쇼를 위해 변형된 것이며 오리지널이 아니다.
플라멩코의 메카는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그라나다다. 성밖으로 쫓겨난 집시들이 동굴 속에서 살며 인생의 허무와 비탄을 노래한 것이 플라멩코의 본격적인 시작이다.
![](/photos/LosAngeles/20021022/l3.jpg)
‘새크라망토’로 불리는 그라나다의 집시촌은 뉴욕의 할렘이나 LA의 왓츠처럼 우범지역이 돼서 가이드 없이 혼자 들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집시들이 운영하는 관광회사에 연락하면 그들이 호텔로 데리러 오는데 그 편이 제일 마음 편하다.
그라나다의 집시촌을 구경하노라면 놀라게 되는 것이 있다. 집시들이 복장은 헐렁하게 차리고 다녀도 집안은 깨끗하고 예술적으로 치장해 놓았다는 점이다. 아파트 베란다마다 아름다운 꽃 화분이 즐비하며 “집시들이 보기와는 딴판이로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우리나라 무당들이 신이 내리면 자신의 의식과는 무관하게 온몸으로 영혼의 춤을 추듯이 플라멩코도 혼의 내림을 받게 되면 무아지경에서 춤과 노래를 하게 되는데 이를 ‘두엔데’라고 한다. 깐따오르(가수)가 이런 상태에 빠지려고 하면 관중들이 “올레!”를 소리쳐 줌으로써 두엔데의 내림 받는 것을 도와주게 된다.
플라멩코는 노래, 춤, 기타 등 3개 부문으로 나뉘어져 있으나 원래는 노래인 칸테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플라멩코 가수나 댄서들은 자신들을 예술가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댄서들을 바 걸처럼 취급하고 말 걸다가는 망신당한다.
스페인에서 플라멩코를 부르다가 일반 팝가수로 변신한 집시 출신의 수퍼스타가 있다. 이사벨 판토야라는 가수로 그녀의 인기는 가히 선풍적이며 집시 중에서는 가장 출세한 연예인이다. 그녀가 더욱 유명해진 것은 수퍼스타 투우사인 그의 남편 프란시스코 리베라가 투우경기 도중 숨진 후 재혼을 하지 않은 채 아들을 키운 열녀자세 때문이다. 리베라의 아들이 요즘 투우사로 나설 것을 선언해 어머니인 판토야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플라멩코는 인간의 극단적인 환희와 슬픔을 표현한 음악이며 가장 집시적인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chullee@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