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그림이라도 누가 어떤 취향을 갖고 모았느냐에 따라 컬렉션이 크게 달라진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예를 우리는 솔로몬 R 구겐하임과 노턴 사이먼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유영희(48)씨는 티스푼 컬렉터. 처음에는 어디 여행을 다녀올 때마다 주변 사람들에게 기념이 될 만한 선물을 하기 위해 티스푼을 구입했었다.
티스푼은 부피도 작고 깨질 염려가 없어 선물용으로 퍽 괜찮은 아이템. 한 가지 물건에 관심을 갖고 구입하다 보니 그/ 작은 티스푼 하나로도 어쩜 그렇게 다양한 세계가 펼쳐지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6년 전부터 하나 둘 모으기 시작한 티스푼의 숫자가 벌써 200개를 넘었다. 장식장을 가득 메우고도 남은 티스푼들에게는 곧 가장 어울리는 집을 짜 주어야지 생각한다.
가끔씩은 이제껏 모아온 티스푼들을 닦아 반짝반짝 윤을 내고 위치를 바꿔 준다. 티스푼 하나 하나마다 그녀의 손길 닿지 않은 것, 사연 하나 간직하지 않은 것이 없다.
애틀랜타, 라스베가스, 디트로이트, 샌프란시스코 등 여행지에서 사 온 티스푼은 그 지역을 가장 잘 설명할 만한 문양을 집어넣어 만들어진다. 풍차가 돌아가는 티스푼에는 아니나 다를까, 솔뱅(Solvang)이라고 써넣은 조각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녀가 가장 아끼는 것 가운데 하나는 키 웨스트의 헤밍웨이 하우스 디자인이 새겨진 티스푼. 헤밍웨이 하우스는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1931년부터 10년간 살면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와 ‘킬리만자로의 눈’을 집필했다는 곳이다. 여행에서 돌아와 먼지가 자욱하게 쌓인 헤밍웨이 전집을 다시 들척일 수 있었던 것은 어쩜 순전히 티스푼 덕일지도 모른다.
똑같은 모양을 하고 손잡이 부분만 각기 다른 미국 주의 깃발을 달고 있는 세트는 우연히 길을 가다가 그라지 세일에서 구입한 것. 은으로 만들어진 예쁘장한 티스푼은 앤틱 샵에서 돈을 제법 주고 샀다. 찻잔에 설탕을 듬뿍 넣어 저으며 입 안 가득한 차의 향기로움에 행복해 했을 역사 속의 인물과 작은 티스푼을 매개로 만나는 경험은 신비로 가득하다.
그녀가 티스푼을 수집한다는 것을 알고 친구들은 어디 여행을 갈 때마다 꼭 그녀를 위해 티스푼을 사다 준다. 전 세계 곳곳을 역마살이 끼어 돌아다니는 친구가 사다준 티스푼 덕에 그녀는 돈 한 푼 들이지 않고도 세계 일주 여행을 하는 행운을 누리고 있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매서추세츠주에 다녀온 딸 스텔라(17)도 엄마를 위해 작고 귀여운 티스푼을 선물로 사오는 걸 잊지 않았다. 스텔라와는 디즈니랜드를 나란히 다니며 미키마우스와 미니가 그려진 티스푼을 함께 샤핑하기도 했었다. 역사적인 루트 66을 여행하면서 샀던 스푼과 포크 세트는 얼마나 앙증맞은지. 티스푼 하나 하나를 찬찬히 들여다 볼 때마다 그녀는 그것을 구입하던 당시의 추억 속에 폭 빠져든다.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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