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 주필의 테마여행

모로코의 훼즈(Fes)라는 도시는 한국의 경주와 비슷한 곳이다. 모로코 전성기의 수도였으며 바그다드, 카이로, 다마스커스와 함께 회교 문화의 중심지역이었다. 그러나 훼즈는 지금 ‘세계의 미로’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골목길을 갖고 있는 도시다. 도시 한가운데 자리잡은 남대문 시장 규모의 ‘훼즈 엘발리’라는 타운은 7,000개의 골목을 갖고 있으며 길마다 Y자로 갈라져 안내인 없이는 이곳에 들어갔다가는 제대로 돌아 나오기 힘들다.

인구 30만명이 밀집해 살고 있는 이 골목길에는 학교, 생선가게, 회교사원, 음식점, 골동품상, 가죽제품, 옷가게, 반찬가게, 공장 등 모든 것이 있으며 차는 절대 못 들어가고 사람 2명이 겨우 스칠 수 있는 정도의 골목이다. 그래서 지금도 나귀가 이곳에서는 귀한 교통수단으로 사용된다.

훼즈 엘발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냄새다. 골목 안에 양가죽 제품공장이 있는데 코를 찌르는 그 냄새 때문에 머리가 아플 정도다. 외국인들에게는 냄새를 중화시키는 향나무 이파리를 나누어준다.

‘모로코’ 하면 생각나는 것은 영화 카사블랑카다. 그러나 막상 이 곳에 와보면 별 것 없다. 영화에서 험프리 보가트와 잉그릿 버그만이 만나는 ‘Rick’s American Bar’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도 관광객들이 이 바를 찾기 때문에 영화 장면을 그대로 흉내낸 ‘카사블랑카’라는 바를 하이야트 호텔에서 운영하고 있다.

모로코를 관광하노라면 두 가지에 놀라게 된다.

첫째는 거리에 넘쳐나는 머세데스 벤츠의 물결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또 한번 놀라게 된다. 모두 30~40년 전의 모델들이다. 유럽에서 폐차되기 직전의 벤츠들을 수입해 잘 고친 후 신나게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모로코인들이다. 시골에 가도 벤츠는 널려 있으며 전국이 ‘벤츠 박물관’화 되어 있다. 얼마나 오래 되었는지 자동은 없고 모두 수동 기어다. 그래서 그런지 모로코인들의 벤츠 수리정비는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한다. 모로코인들은 차를 샀다하면 보통 25년을 타며 대대로 차를 물려준다고 한다. 그러니 도시의 공해가 얼마나 심한가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두번째는 이들의 결혼풍습이다. 남자가 장가가려면 여자의 아버지와 담판을 지어야 한다. 아버지의 사인 없이는 여성의 결혼이 성립되지 않는다. 남자는 결혼 지참금을 지불해야 딸을 데려올 수 있는데 장인될 사람과의 인터뷰 면접에서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지참금은 전적으로 장인의 수입이기 때문에 잘 협상하면 깎을 수도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신랑의 지참금은 3,000달러, 또는 염소 15마리로 되어 있다.

모로코에서는 남자의 나이를 묻지 않는다. 지참금을 얼마 내느냐-그것만이 문제다. 여자는 보통 15세부터 결혼하는데 22세가 넘으면 올드미스 취급당해 결혼하기 힘들다. 그리고 남성은 여성을 4명까지 부인으로 거느릴 수 있다. 한가지 유의해야 할 점은 외국인은 모로코 여성과 결혼하려면 회교신자가 되어야 하는데 하루만에 코란 성경 12줄을 외우면 가능하다고 한다.

모로코는 국민의 99%가 무슬림이며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핫산 2세 모스크(사진)도 카사블랑카에 있다. 무슬림은 연보를 내지 않는다. 모든 것을 국가에서 재정지원 한다. 회교국가의 특징은 빈부의 차이가 심하다는 사실이다. 아프리카 회교국인 모로코도 이 점에서는 예외가 아니다. 돌아다녀 보면 엄청난 부자와 굉장히 가난한 사람이 있을 뿐이고 중산층이 눈에 띄지 않는다. 모로코 빈민들의 유럽 밀입국이 왜 그렇게 결사적인지를 알 수 있는 것이 모로코 여행 수확 중의 하나다.
chullee@korea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