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특집
▶ 지나친 반미시위, 잃는게 더 많아...한인들 이해하지만 조마조마
여중생 2명을 치어 숨지게 한 미군 장갑차 운전병의 무죄 평결과 관련, 한국 및 미국에서 벌어지고 항의 시위를 바라보고 있는 뉴욕 한인들은 심정이 착잡하다. 한국민들의 정서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위대의 반미 구호와 행동이 점점 격화되고 있는 점도 걱정스럽다.
이번 시위가 피해자와 유족 등을 따뜻하게 위로해주는 방안 마련과 불평등한 주둔군 지위협정(SOFA)을 바로잡는 계기가 된다면 더없이 바람직하지만 무조건적인 반미로 흐를 경우 몸담아 살고 있는 미국에서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뉴욕한국일보는 각 분야에 종사하는 한인들과 긴급 대담을 통해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한인들의 시각 등을 정리해본다. <편집자 주>
▲대담 참가자;
김기석 아이오나 대학 심리학 교수,
김영식 대뉴욕지구 한인교회협의회장
방준재 미주한인 청소년재단 회장,
이경로 새시대정치연합청년회(연청) 뉴욕지구회장
이정주 재미한국청년연합회장
-현재 한국에서 이어지고 있는 촛불 시위는 반미 시위인가?
▲김기석; 반미 시위라고 본다. 근본적인 이유는 미국이 한국의 자존심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미국 정책 결정에 아무런 발언권이 없는 아픈 현실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상황이다.
▲이정주; 반미시위라고 보기에는 문제가 있다. 이번 시위에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불평등한 한미관계에 대한 항의의 뜻과 SOFA 개정을 통해 한미관계가 보다 평등하게 나아갈 수 있기를 희망하는 대중적이고 자발적인 움직임이다.
▲방준재; 반미 시위라고 할 수 있지만 아니라고도 볼 수도 있다. 만약 촛불시위가 두 어린 여학생에 대한 순수한 추모의 의미가 있다면 반미 시위라고 보기 힘들지만 미군 철수를 주장하고 보안법 철폐를 외치는 것은 북한의 주장과 뜻이 같기 때문에 반미 시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김영식; 현재 당장 반미시위는 아닌 것 같지만 자꾸 나가다보면 반미로 확산될 조짐이 있다.
▲이경로; 반미시위라고는 보지 않는다. 반미는 미국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다. 이번 시위는 억울한 여중생의 죽음을 애도하고 약소국 입장에서 충분히 대응하지 못한 서민들의 심정이 드러난 것으로 본다.
-여중생 사망은 사건인가, 아니면 사고인가?
▲이경로; 사고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사고에 대해 우리가 납득할만한 사후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김기석; 사고에 가깝다. 사람들은 사고에 화가난 것이 아니라 이후 미국이 대처한 태도와 불평등한 SOFA에 화가 난 것이다.
▲이정주; 사전에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이것은 단순한 사고가 아닌 사건이다.
▲방준재; 정확한 발생 경위는 현장에 없었기 때문에 모르지만 언론 보도로 종합해보면 군사훈련도중 발생한 안전사고라고 사료된다.
-본인 및 주위 한인들의 반응은 어떤가?
▲방준재; 이번 사고로 인한 반미시위의 규모가 전국적일 뿐만 아니라 계층을 불문하고 확산되면서 미주까지 번지지 않을까 하고 우려하는 한인들이 많은 것 같다.
▲김영식; 우리의 권리는 충분히 주장을 해야 하지만 미국이 한국에 끼친 은공은 잊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북한과의 대립 상태를 볼 때 비판하는 것은 결코 좋지 않다.
▲이경로; 지나친 반미 감정으로 몰아가는 것은 미국내 한인들에게 또하나의 불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너무 많다. 동반자적인 입장에서 잘하자는 것이지 따로 가는 것은 국민적 합의가 아니다. 미국없이 한국의 안보와 국력에 상관이 없겠는가? 반미로 몰고 가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 본인과 주위 사람들의 견해이다.
▲김기석; 사실 이번 일에 대해 동포들은 관심이 별로 없다고 생각된다. 다만 자꾸만 확산되고 있는 반미 감정이 혹시 반동포로 이어지느냐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 같다.
▲이정주; 여중생 사망은 SOFA의 불합리한 구조가 낳은 비극이며 최근 시위는 불평등한 한미관계와 오만한 미국의 자세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표출이다
-SOFA는 불평등 협정인가? 개정한다면 어떤 부분이 반드시 필요한가?
▲이정주; SOFA 제22조 3항에 따르면 ‘오로지 미국의 재산이나 안전에 대한 범죄, 또는 미군과 미군속 및 그들의 가족 내부에서 행해진 범죄, 공무집행중의 범죄’에 대해서는 미군당국이 1차적 재판권을 갖고있고, ‘기타 공무 외 범죄’에 대해서는 한국정부가 1차적 재판권을 갖고있다.
단, 1차적 재판권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상대국이 재판권 포기가 특히 중요하다고 인정하여 포기 요청을 해오면 그에 대해 호의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원칙적으로는 이 ‘포기’조항은 한미 양국 공히 적용되는 것이나, 현실적으로는 우리나라에 대해서만 적용돼 왔다.
여기서 볼 수 있는 또 다른 문제점은 미군의 직계가족 뿐 아니라 친척까지 특혜를 받게끔 되어 있는 적용범위 부분이다. SOFA를 합리적이고 평등하게 개정해야한다. 또한 공무수행중의 범죄에 대한 1차적 재판권은 미국이 갖게 되는데 공무수행을 판단하는 주체가 미군이라는 것은 큰 문제가 있다.
일례로 지난 2000년 서울시민의 젖줄인 한강 상수원에 포름알데히드를 무단 방류한 사건에서 미군이 이를 공무수행중이었다는 이유로 재판을 거부한 사실을 들 수 있다.
일본 SOFA 경우 일본 대법원이 공무수행여부를 결정하는 것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이외에도 SOFA에 따라 미군이 군산비행장기지를 무료로 사용하면서 활주로를 민간항공사와 함께 사용하는 대가로 이착륙료를 받아챙기는 것도 모자라 사용료를 인상하려고 했다가 군산시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했던 사건이라든지 공여지를 사용하고 한국에 반환할 경우 원래의 환경대로 돌려놓을 의무가 없다는 점으로 인해 기지주변의 환경오염에 대한 비용이 고스란히 한국민들의 세금으로 충당되어야 한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점이 아닐 수 없다.
▲김영식; 불평등하다고 본다. 대등한 입장에서 우리의 힘을 주장해야 된다.
▲김기석; 소파 내용은 잘 모르지만 당연히 바꿔야 한다. 독일과 일본의 예와 같이 바꿔야 한다.
▲이경로; 개인적으로 SOFA 규정 자체가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국의 입장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자국의 이익을 위한 것이긴 하지만 자국민 보호 입장에서 충분히 이해가 간다.
-이번 시위가 한미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하는가?
▲방준재; 그렇지 않아도 대북 관계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한미 관계가 경색돼 있는데 북한의 핵 개발 문제, 그리고 미사일 수출 화물선 나포 등은 앞으로 더욱 경색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러한 시점에서 반미시위가 확산되면 미국의 태도가 어떻게 바뀌게 될 지가 초미의 관심사이다. 만약 이 문제로 현재 미국내 일부 강경파가 주장하고 있는 미군 전면 철
수가 단행되면 한국이 겪을 정치, 경제, 안보, 사회 문제가 심각할 것이다.
▲김기석; 장기적으로는 건강해질 것으로 본다. 중요한 것은 서로 ‘페어 플레이’를 해야된다는 것이다.
▲김영식; 한국의 국력이 강해졌다는 사실을 미국이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이경로; 지금까지 한국에 대해 우호적이었던 미국인들의 시각이 이번 일을 계기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한국 입장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으며 미국에 사는 한인들의 입장으로 봤을때는 상당히 주시해야될 점이다.
▲이정주; 공정하고 평등한 한미관계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또 미주 한인들에게 어떤 여파가 올 것으로 생각하는가?
▲김영식; 미국에 사는 한인으로서 미국에 대한 반미는 절대적으로 막아야 한다. 반미감정은 인정하기 어렵다.
▲방준재; 만약 반미 시위 문제가 확산되고 ‘악의 축’으로 몰린 북한이 계속 문제를 일으킨다면 지난 9.11 테러 이후 미국에 살고 있는 아랍인들이 겪은 두려움과 수모를 우리 한인들도 겪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반미 시위는 결코 확산되어서는 안된다.
▲김기석; 한국에서 재미 동포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
-부시 대통령이 직접 사과해야 된다고 생각하는가?
▲이정주; 그렇다. 2000년 일본 오키나와에서 미군의 여중생추행사건이 일어났을 때 미군책임자와 총영사가 허리를 굽혀 사죄하고 더 나아가서 클린턴 대통령까지 사과한 바 있다. 부시대통령이라고 못할 이유가 있나?
▲방준재;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전세계 600여개의 기지에 미군 20만여명이 주둔하고 있다. 만약 사고가 날 때마다 군 통수권자로서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는 사례가 생긴다면 국정은 언제 볼 것인가?
▲김영식; 부족한 면도 있지만 지금까지 사과한 점에 대해 일정부분 이해해야 한다고 본다.
▲이경로; 미군이 사고를 일으켰고 미국 법정에서 한국의 정서와 맞지 않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에 미국을 대표하는 입장에서 사과해야 된다고 본다.
-이번 시위가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는가?
▲이경로; SOFA 협정도 일정부분 운영의 묘를 살리는 방향으로 개정될 것으로 본다.
▲방준재; 정부간의 적절한 조치가 취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장기화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정주; 현재로선 앞으로의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나 불평등하고 불합리한 SOFA의 개정의 필요성에 대한 대중적인 공감대가 형성되고 SOFA의 문제점에 대한 공유의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것을 계기로 SOFA 개정이 반드시 이루어지길 바란다.
-이번 시위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과 한국 정부가 어떤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보는가?
▲이경로; 한국정부는 외교적 노력으로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내야 된다.
▲이정주; 이번 사태의 해결을 위해서는 SOFA의 전면적인 개정 이외에는 다른 해결책이 없다.
▲김영식; 한국정부가 대등한 입장에서 대화를 해야된다. 양보할 건 양보하고 받을 것은 받아야한다.
▲방준재; 숨진 어린 학생들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정리; 김주찬·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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