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행정부는 지금 북한과의 대결을 가급적 미루고 싶어한다. 한국 대통령 선거가 며칠밖에 남지 않았고 이라크와 전쟁을 할지 여부도 수주 내로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의 독재자 김정일은 전쟁을 각오하면서까지 워싱턴의 주목을 강요하고 있다. 어제 폐쇄된 원자로를 재가동 하겠다는 평양의 발표는 과거 미 군사행동 사유로 간주되던 행위다.
부시행정부는 김정일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그와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종전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것이 북한의 양보를 얻어낼 것인지 아니면 다급한 북한이 사태를 더 악화시킬 것인지 하는 점이다.
북한이 핵 개발을 시인한 후 미국이 취해온 고립작전은 김정일의 굴복을 기다리면 다른 문제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행정부 관리들은 한국과 중국, 러시아가 북한 핵 동결을 지지하고 나왔다는 점에서 이 작전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은 지난달 94년 핵 협정 결과 해오던 원유 공급을 중단했다. 평양의 도발 행위에 협상으로 응하던 클린턴 행정부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게 부시 행정부 관계자의 입장이다. 이번에는 김정일이 변할 차례라는 것이다.
그러나 김정일은 주변국들이 우려하던 대로 미국을 대화창구로 끌어내기 위해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 어제 발표는 원자로를 재가동할 경우 폭탄 재료로 쓸 수 있는 플루토늄을 바로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협적이다. 이를 이렇게 될 경우 북한은 수 개 월내 수십 개의 원자탄을 만들 수 있다.
김정일은 이렇게 함으로써 미국으로 하여금 살인마 정권을 인정하고 불가침 조약을 맺도록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 대가로 미국은 또 한번 핵 개발을 중지하겠다는 약속을 얻을 것이다.
부시 행정부가 이런 협박에 굴하지 않는 것은 옳은 일이다. 그러나 외부 압력만으로 김정일이 굴복하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미국이 연료봉을 사찰 받지 않겠다던가 하는 북한의 행위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힐 필요가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라크 사태가 없어도 이 문제 해결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기다린다고 북한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워싱턴포스트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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