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파수꾼 ‘팬캔’ 폴라 김씨
75일만에 부친 사망하자 발벗고 나서
인터넷서 단체시작 정부상대 압력가해
치사율 높아 조기발견 중요성 강조
소수계의 주류사회 진출은 힘든 일이다. 특히 대학도 나오지 않은 아시안계 여성이 백인 남자가 판을 치는 주류사회 의학계에서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위치에 오른다는 것은 바늘구멍에 낙타가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다.
하지만 고졸 출신의 한인 3세 여성이 이런 일반적인 관념을 철저히 부수고 음지에 방치됐던 미국 내 췌장암 연구 분야를 양지로 이끌어 내는 주도적인 역할을 맡고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췌장암 환자와 이들 간병에 심신이 지친 가족들 지원은 물론 불모지나 다름없는 췌장암 연구 분야에 정부가 좀 더 관심을 보이도록 압력을 넣는 비영리단체 ‘팬캔(PanCan: Pancreatic Cancer Action Network)’의 설립자 폴라 김(46)씨.
인터넷 채팅 룸에서 의학 동호회 성격으로 시작된 팬캔을 설립 3년만에 연 예산 130만 달러가 넘는 조직으로 급성장 시킨 김씨는 암 연구 최고 기관인 미국 국립 암 연구소(National Cancer Institute)의 정책 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과학 자문회 멤버로서도 맹활약하고 있다. 현재 29인 과학 자문위원 중 의학박사가 아닌 사람은 김씨가 유일하다.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20대 초반부터 건물을 짓는 여성 건축업자로 활동하던 김씨가 췌장암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97년12월. 정신적 지주인 부친 대니얼 김씨가 진행된 췌장암 진단을 받고 뚜렷한 치료 한번 받아보지 못한 채 75일만에 사망하는 것을 지켜보면서부터다.
이후 김씨는 췌장암에 대한 자습을 시작했고 절대적으로 부족한 정보로 인해 유방암, 폐암 등 다른 암을 앓는 환자에 비해 조기발견하기가 힘들고, 따라서 사망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후 김씨는 생업을 포기하고 주 40~60시간을 쏟아 부으며 암 진단 후 죽느냐 사느냐를 좌우하는 췌장암 조기발견 중요성 홍보에 나섰다. 특히 인터넷의 무한한 힘을 빌린 김씨는 췌장암에 관심으로 보이는 유권자들을 앞세워 연방의회가 췌장암 연구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도록 압력을 넣는데도 성공했다.
좌충우돌한 김씨의 노력 때문인지 미국 국립 암 연구소는 99년 이후 췌장암 연구비용을 59%나 인상하고, 췌장암 연구 성과를 모니터 하는 기구를 신설했으며, 특별 리서치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다.
고등학교 때 프로 골퍼가 되는 희망도 있었다는 김씨는 “불가능할 것만 같던 일들이 이루어지는 것을 경험할 때마다 기적을 믿게 된다”며 “단체가 자체적으로 췌장암 연구를 지원할 수 있는 날도 곧 올 것”이라며 자신 있게 웃었다.
<김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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