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닫힌 문’연 조인숙씨 사연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아버린 자폐아들을 키워온 조인숙씨는 양미간에 깊이 패인 주름살이 말해주듯 고난의 세월을 살아왔다. 수도 없이 아들을 부둥켜안고 울어도 봤고 학교에 찾아가 사정반 싸움반 섞어가며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다. 지난 10년간의 세월이 조씨에게는 수천 길의 나락에 떨어진 듯 아득하기만 했다.
나쁜 일이 있으면 좋은 일도 생기는 법. 끝이 안 보이던 어둠의 터널 속에 한줄기 빛이 들기 시작했다. 2년 전부터 아들의 태도와 행동에 조금씩 변화가 일기 시작한 것이다.
토랜스의 노스하이 3학년에 재학중인 아들 크리스토퍼 조(16)군. 2년 전부터 주니어 ROTC에 들어가 씩씩한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는 조군이 동급생들과 어울려 학교생활을 하리란 기대는 애초부터 희박했었다. 조씨에게는 기적 같은 일이었다. 아들 크리스토퍼의 마음의 문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는 확신을 가진 것이다.
“자폐는 부모나 사회에서 하기 나름입니다. 꼭 깰 수 있다는 신념과 믿음으로 열심히 기도하며 싸우고 또 싸웠지요.” 조씨의 바램은 자신의 경험담을 자폐아동을 키우는 수많은 한인 부모들에 들려주고 희망을 주고 싶다는 것뿐이다. 기자와 만난다고 하자 “완전히 성공한 것도 아닌데 왜 그러냐”며 화를 내는 남편을 설득하고 인터뷰에 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조씨는 클린턴 대통령 시절 “정상, 비정상에 관계없이 모든 아동은 평등한 교육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LEAD’법을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다.
“미국의 법이지요. 비정상 아동도 평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학교를 하도 많이 옮겨다녀 이름을 다 기억하기조차 힘들다. 이유없이 웃고 드러눕고 아이들 때리고 이를 보다 못한 교사가 야단치면 금방 주눅이 들어 방뇨를 하고… 가디나에서 꽃가게를 운영하는 조씨는 장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루도 학교에 불려가지 않는 날이 없었다.
많은 부모들이 자포자기 심정으로 특수 학교에 보내거나 집에서 교육하는 홈스쿨링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조씨는 절대 반대한다. “아이들에게 정상인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그들 속에 묻어두어야 합니다.”
한번은 토랜스의 한 동양인 초등학교 교장이 교육구내 학교별 성적 경쟁을 의식해 크리스토퍼가 욕을 했다는 이유로 퇴학을 강행하려 한 적이 있었다. 조씨는 학교를 찾아가 ‘욕’한 것은 퇴학 사유가 안 된다며 버티고 싸워 막았다. 학교에서 받아온 경고장과 비관적 편지로도 한 권의 책을 만들 정도다.
조씨에게 희망의 빛을 준 2년 전. 노스하이에 입학한 크리스토퍼에게 학교측에서 개인교사를 마련해 준 것. 물론 쉽지는 않았다. 조씨는 “내 아이를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꼭 정상인과 함께 키우겠다는 단호한 입장 표명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부모의 의지가 약하면 학교에서도 나서지 않습니다.”
1대1 교사를 만난 크리스토퍼가 놀랍게도 변해갔다. 행동이 점차 안정돼 갔고 의자에 앉아 버티는 시간도 길어졌다. 읽는 것을 좋아하는 크리스토퍼가 역사 과목에서 A학점을 받았다. 고교생 군사학 과정인 주니어 ROTC로 활동하며 지난해 입소 교육까지 훌륭하게 마쳤다.
조씨는 “크리스토퍼의 변하는 모습에 놀란 개인교사 알투로 선생님이 요즘은 밤에 칼리지에 등록해 특수분야 수업을 더 받고 있을 정도”라며 “절대 포기는 금물임을 부모들에게 강조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글 김정섭·사진 이승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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