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투어 머세디스 챔피언십
4R 종합 23언더파 269타
엘스에 8타차…공동 2위
하루만에 이렇게 달라질 수가….
전날까지 치기만 하면 쏙쏙 빨려 들어가던 퍼팅이 홀컵을 외면하자 뚝심의 ‘탱크’도 어쩔 수 없었다. 2003년 PGA투어 시즌 개막전이 머세디스 챔피언십(총상금 500만달러)에서 황색돌풍을 일으키며 우승에 도전했던 최경주(35)가 퍼팅난조로 아쉽게 공동 2위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해 PGA투어 대회 우승자들36명이 모여 자웅을 겨루는 ‘왕중왕전’에서 세계골프의 황태자로 불리는 어니 엘스와 마지막날까지 우승을 겨룬 끝에 준우승을 차지함으로써 최경주는 명실상부한 세계 정상급 골퍼로 확실하게 자리 매김하며 2003년을 멋지게 출발했다.
12일 하와이 카팔루아의 플랜테이션 골프코스(파73·7,263야드)에서 벌어진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최경주는 버디와 보기를 3개씩 주고받아 이븐파 73타를 기록, 합계 23언더파 269타로 로코 미디에잇과 공동 2위를 차지했다. 상금은 45만달러. 우승자는 지난해 브리티시오픈 챔피언인 세계랭킹 3위 어니 엘스로 엘스는 2위에 무려 8타차인 31언더파 261타를 쳐 PGA투어 대회 최저언더파 기록을 세우며 100만달러 우승상금과 부상(머세디스 벤즈 SL500)을 챙겼다.
3라운드까지 25언더파를 친 엘스와 23언더파의 최경주가 우승을 놓고 한판승부를 벌인 이날 최종 라운드에서 승부를 가른 것은 퍼팅. 전날 3라운드에서 단 25개의 퍼팅으로 18홀을 마치며 코스 신기록인 11언더파 62타의 신들린 맹타를 휘둘러 엘스에 2타차로 육박하며 대 역전 우승을 노렸던 최경주는 이날 퍼팅수가 전날보다 무려 10개가 많은 35개로 치솟는 바람에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결과는 8타 차 완패였으나 내용은 조금만 퍼팅운이 따라줬어도 충분히 해볼만했던 경기였다. 이날 최경주는 드라이브샷 93%를 페어웨이에 안착시켰고 아이언샷의 예리함은 다소 떨어졌어도 그래도 그린적중률이 89%에 달했을 만큼 샷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퍼팅이 들어가지 않는 한 타수를 줄일 수가 없었다.
챔피언조로 엘스와 함께 플레이한 최경주는 4번홀에서 6피트 버디펏을 놓쳤고 5번홀(파5)에선 8피트짜리 이글펏이 빗나가 버디에 만족해야 했으며 6번홀(파3)에서 3피트 파펏을 놓쳐 전 홀 버디로 벌었던 타수를 까먹는 등 이 3홀에서만 충분히 얻을 수 있었던 3타를 놓쳤다. 그럼에도 불구, 찬스는 있었다. 엘스가 프론트9에서 역시 고전, 버디 2개에 그치고 7번홀에서 보기를 범하는 바람에 전반을 마치고 1위 엘스와 2위 최경주의 차이는 불과 3타. 그리고 백9 들어가자마자 최경주가 10번홀에서 5피트 버디펏을 잡아낸데 이어 11번홀에서 12피트 버디퍼팅을 홀컵에 떨구자 차이는 1타차로 줄었다. 숨막히는 피니시가 다가오는 듯 했다.
하지만 전반에 속을 썩혔던 퍼터가 다음홀부터 다시 최경주의 발목을 잡기 시작했고 반면 엘스는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12번홀에서 최경주가 9피트 버디펏을 놓친 뒤 엘스가 4피트 버디펏을 잡아내자 차이는 2타로 벌어졌고 최경주가 13번, 14번홀에서 연속 스리펏 보기로 2타를 까먹은 사이 엘스는 14번홀부터 3연속 버디행진을 벌여 리드를 8타로 벌렸고 승부는 끝났다. 최경주는 마지막 18번홀에서 어프로치샷을 4피트 지점에 붙여 버디기회를 잡았으나 퍼팅이 홀컵 언저리를 스치고 지나가 단독 2위도 놓치고 공동 2위에 만족해야 했다.
<김동우 기자>danny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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