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포커스
겨울속의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진땀나는 날씨가 계속되고 있지만 한인 증권 브로커들은 한파에 떨고 있다. 업을 버리고 다른 쪽으로 옮겨간 이들은 셀 수 없을 정도다. 30년 넘게 증권업계에 종사했던 60대 터주대감은 더 이상 한파를 견디지 못해 은퇴했다. 수년간 한 언론사 증권교실을 통해 이름이 잘 알려졌던 중견 브로커도 얼마전 부동산 중개업으로 조용히 전업했다.
증시폭락에 이직, 전직, 은퇴…생존율 20%
“투자금 날려 비즈니스 차릴 돈도 없다” 한숨
남은 직원들도 “일은 두배, 수입은 절반”
한 유명 증권사 다운타운 지점은 한 때 한인 브로커가 7명이었으나 지금은 단 한 명만 남았다. 떠난 사람중 1명은 다른 증권사로 옮겨 갔지만 나머지 5명은 아예 증권업계를 떠났다.
라이선스를 따기 위해 월급을 받고 일하는 수습직원들을 포함해 한 때 200명을 넘던 한인 증권 중개인들이 지금은 40여명 정도로 줄어든 것으로 한인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업계의 추산대로라면 생존율은 20%에 불과하다. 미 대형 증권사와 소규모 타운 증권사 종사자들을 합친 수치다.
최근 국제증권과 대한증권이 합병한 것도 결국 장사가 안되기 때문이다. “다른 요인도 있을 수 있겠으나 무엇보다 남아있는 브로커들이 소수여서 자구책 차원에서 합하는 방안이 나오지 않았겠느냐”는 것이 한 관계자의 분석이다.
업계를 떠난 증권 브로커들중 모아 둔 돈이 있어 비즈니스를 시작한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는 극소수. 대부분 고객들과 마찬가지로 자신들도 투자했던 돈을 거반 날렸기 때문에 모아둔 돈도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한 관계자는 전한다.
나머지는 살 길을 찾아 은행, 부동산 업계등으로 갔다. 커미션 대신 봉급을 받는 찰스 슈왑등의 사이버 증권사로 자리를 옮긴 이들도 있다.
남아 있는 브로커들도 사정이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절반 가량이 이직을 고려할 만큼 사정이 나쁘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한 관계자는 “일은 2배로 늘었고 수입은 절반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떠난 이들의 계좌까지 떠맡는 바람에 문의전화 등 외관상 업무량은 폭증했지만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휴면상태여서 돈이 되지 않는다.
늘어난 소송도 괴롭다. “돈을 잃은 손님들이 브로커만을 탓하며 소송위협을 가하는 일이 적지 않다”고 괴로움을 토로한 한 브로커는 “50만달러 손실을 주장하며 제소해 봐야 몇 년 뒤 1만달러 정도를 배상받고 그나마 변호사 좋은 일만 시키는 것”이라고 열을 올리기도 한다.
현 상태도 좋지 않지만 더 큰 문제는 아직 장에 대해 낙관할 수가 없다는 점. 한 전문가는 “2~3년 정도가 지나 나스닥이 3,000~4,000선은 회복해야 고객들과 함께 브로커들이 돌아올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채권투자 비율이 높은 안정된 계좌를 많이 보유, 이직률이 20%선에 불과한 미국인 브로커들과는 비교가 안 되는 드센 찬바람을 맞고 서 있는 한인 증권 브로커들. 이들이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은 한결 같다. ‘무너진 증시에도 봄은 오는가.’
<김장섭 기자> peterkim@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