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가초등학교 동문 자넷 민씨 가족
20여년전 한인학생 5% 미만
한인교사 늘어 교육의 질 만족
행콕팍 3가 초등학교에 매일 오후 2시20분이면 어김없이 도착하는 자넷 민(한국명 재현·36)씨.
민씨에게는 이 교정의 나무와 교실, 운동장의 놀이기구 등 모든 것이 항상 반갑고 특별한 감회를 느끼게 한다. 민씨 자신이 다름아닌 이 학교의 졸업생이고 여기에 큰 아들 매튜(동규·8)와 둘째 니콜라스(한규·6)가 엄마의 모교에 ‘후배’로 재학하고 있으니 이 학교에 대한 애착이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아이들이 하나씩 이 학교에 입학할 때마다 민씨는 항상 “엄마도 이 학교에 다녔단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장난꾸러기 니콜라스는 아직 그 의미를 잘 모르는 것 같지만 큰 녀석은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다녔는지 이를 모르는 아이들이 거의 없을 정도가 됐다.
민씨가 이 학교에 입학한 것은 이민온 첫해인 1975년. 2학년으로 미국생활을 시작한 당시에는 교사와 학생 대부분이 백인이었고 한인학생수는 5%가 채 되지 않았다. 또 학교도 전체면적은 거의 변화가 없지만 시설과 규모는 현재의 절반 수준이었고 운동장의 절반 정도는 풀도 없는 빈 땅이었다고 한다.
민씨는 “제가 다닐 때도 괜찮은 공립학교로 인정받았지만 지금은 시설도 크게 늘고 교육환경이 더 좋아졌다”며 “한인 교사들이 많아서인지 교육방식이 더 엄해진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아이들에게 질서의식과 도덕심을 바로 잡아줄 수 있어 만족스럽다”라고 말했다.
이 학교에는 민씨의 6학년 담임선생님이었던 벨 퍼거슨씨가 교사직을 정년 은퇴하고 자원봉사자로 근무중이다. 이제 노인이 된 은사지만 아끼던 제자를 만나면 민씨 아이들의 학교생활상을 전해주면서 자녀교육에 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아 민씨에게는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민씨는 어린 나이에 미국생활을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한다. 틈틈이 한글로 된 성경책을 읽으며 나름대로 모국어를 잊지 않으려는 본인의 노력도 있었지만 두 번의 작은 사건이 계기가 됐다. 한번은 고등학교때 담임교사가 갑자기 “한국어를 할줄 아느냐”고 물어 “그렇다”고 답하자 칭찬을 받은 것이 중요한 전기가 됐고 대학 신입생때 있었던 에피소드는 ‘코리안 아메리칸’이란 정체성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몰고 왔다.
“대학에 막 입학해 강의에 열중하는데 한 백인남학생이 저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알고보니 타주출신인 이 남학생은 난생처음 동양인 여성을 본 것이었다”고 소개한 민씨는 지금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나온단다.
“솔직히 한인이민사가 100년이 훨씬 넘은 것으로 알고 있었다”는 민씨는 한인사회가 무척 자랑스럽다면서 두 아들에게 한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교육에 정성을 쏟을 생각이라고 소개 했다. 민씨는 또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해 한인으로서의 긍지를 갖고 살아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황성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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