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을 탄 경제학자 개리 베커는 1965년 레저시간(leisure time)을 시간당 임금으로 곱해서 레저시간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레저시간에 투자한 돈은 곧바로 일에 재투자할 수 있으므로 레저야말로 빈둥빈둥 노는 것이 아니라 다음 일을 위한 참신한 투자라고 갈파했다.
이번에는 집안에서 하는 잡일이 얼마만한 가치와 비용이 드는지를 연구한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와 세인의 흥미를 끌고 있다. 지난 1월 노동통계국에서 집안 일을 돈으로 환산한 것도 이런 새로운 연구 시도의 한 줄기이다.
연 4만4천달러 이상 소득자
정원손질 가드너 고용 이익
연1만달러 벌면 간마늘 사먹는게 이익
정신적 만족·취미따라 차이도
잰 리라는 1주일에 3일씩 세금분석가로 일하고 남편 스티브와 함께 연간 12만달러를 번다. 그러나 잰이 일을 그만둔다고 해도 한달 손실은 단 몇백달러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곤 최근 부부가 둘 다 놀랐다. 잰이 일함으로써 데이케어 비용은 연간 1만8,500달러가 지출되고 세금 크레딧 1만4,000달러를 잃어버린다. 거기에다 오피스 주차료, 드라이클리닝비, 잰과 스티브 둘 다 피곤해서 저녁식사 지을 기운이 없기 때문에 나가먹는 저녁식사 비용을 다 제하고 나면 잰이 일해서 실제적으로 벌어들이는 돈은 별로 없다.
위와 같은 사례는 일해야만 좀더 풍족한 생활을 누릴 수 있다는 맹목적인 생각으로 부부 모두 직업 전선에 나서는 케이스에 경종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아래와 같은 사례도 있다.
뉴욕 맨해턴의 한 경영진으로 일하는 새라 칼리니. 그의 임금은 시간당 200달러. 그러나 어느 날 출근을 하지 않고 그가 사용하던 셀폰 전화회사와 10시간 입씨름을 한 결과 그에게 부과됐던 과태료 9달러를 해결 받았다. 계산으로 따지면 2,000달러를 손해보고 9달러를 번 것이지만 그는 대만족이다. “그들이 부당하게 내 돈을 가져갔고 내 시간을 망쳤으니 나도 그들에게 하루쯤 강짜를 부려야 속이 후련하다”는 것이 그의 변이다.
이처럼 잡일하는 시간은 돈으로 계산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정신적인 만족을 주는 부분도 있어서 집안 일을 돈으로 환산하는 것이 공식으로 딱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원 손질은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취미,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노역이 되기 때문이다. 오일 체인지를 미캐닉에게 맡기면 25달러지만 직접하면 서플라이까지 21달러가 소요된다. 단지 4달러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도 4,300만명의 미국인이 직접 오일 체인지를 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무튼 최근 정부기관이나 경제학자들 사이에 새로 나온 공식은 다음과 같다.
받는 봉급에서 세금을 제한 액수를 일한 시간으로 나누면 시간당 임금이 나온다. 시간당 50달러를 받는 봉급쟁이가 있다고 하자.
가드닝을 직접 하는 것이 좋을지 가드너를 고용하는 것이 좋을지를 결정해 보자. 한달 가드너 비용은 70달러. 가드너를 고용했을 때 이 봉급쟁이가 아낄 수 있는 시간은 한달에 4시간. 게다가 가드닝을 직접 하려면 장비가 필요하다.
장비비용이 500달러이고 10년간 직접 깎으면 매년 50달러가 든다. 이를 월별로 계산하면 한달 장비비용은 약 4달러. 50×4=200달러에 장비비용 4달러를 합하면 204달러가 이 봉급쟁이가 직접 가드닝을 했을 때의 비용이다.
가드너 고용비용이 70달러라면 당연히 직접 하는 것보다 가드너를 고용하는 것이 금전상 이익이다. 이때 가드닝을 직접 했을 때 오는 정신적인 만족은 열외로 한다. 이런 식으로 계산할 때 연봉 4만4,000달러 이상 버는 사람은 가드너를 고용하는 것이 이익이고 연간 1만달러 이상 버는 사람은 갈아놓은 마늘을 사먹는 것이 직접 갈아먹는 것보다 이익이다.
<정석창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