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포커스 사문화된 키머니법 양성화 부채질…반대 목소리마저 잠잠
‘샌피드로-’ 일부 15만~20만 달러
“건물주 횡포 제3자도 고발할 수 있어야”
“억울하지만 하소연 할 곳이 없다. 6만 달러의 키머니(Key Money)를 요구하던 건물주가 들어오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며 며칠 새 1만 달러를 올려 7만 달러의 키머니를 요구한다. 할 테면 하고 말려면 말라고 하더라. 3년 동안 장사해서 돈번 사람은 건물주 뿐이다"
다운타운 대형 한인의류상가인 샌피드로 마트에서 만난 한 한인업주의 하소연이다. 그는 "재계약하면서 건네준 7만 달러는 건물주가 현금으로 요구해 돈다발을 상자에 담아 전달했다. 돈을 준 아무런 근거조차 없다"고 하소연했다.
다운타운 한인의류상인들이 어렵게 쟁취한 키머니법(AB533)이 사문화되고 있다. 상가 임대시 프레미엄 성격의 현금인 키머니는 그 수수내역을 계약서상에 명시하게 함으로써 세금부과를 무기로 이를 규제하려던 키머니 법이 생긴지 1년. 다운타운에서 만난 한인업주들은 이제 키머니 이야기는 꺼내지도 말라는 표정들이다.
법이 건물주의 음성적인 웃돈 요구 관행을 전혀 바꾸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인업주들은 이 법이 생긴 후 달라진 것이 있다면 키머니 액수가 늘어났다는 것과 이제는 키머니 반대 목소리조차 사라진 것이라고 자조적으로 말한다. 오히려 한인 건물주들이 앞장서서 키머니 법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있다.
법안 발표 직후였던 지난해 1월에는 일부 건물주들이 키머니 대신 렌트를 인상하거나 키머니를 수표로 받아 수수 흔적을 남기는 현상이 일시적으로 나타났지만 현재는 건물주나 테넌트 모두 어쩔 수 없는 현실로 인정하고 있다. 한인업주들은 법이 생긴 것이 오히려 키머니를 양성화한 꼴이라고 말한다. 법과 현실은 이렇게 차가 났다.
샌피드로 마트에서 만난 C사 최모 사장은 "이 법은 실효성 없는 선언에 지나지 않았다. 법이 생긴 후 키머니는 양성화됐고 과도한 키머니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아예 사라져 버렸다."고 말했다.
V사 김모 사장은 "법을 만드는데 가장 앞장섰던 사람도, 키머니를 가장 많이 요구하는 건물주도, 10만 달러가 넘는 거액을 현금으로 군말 없이 주는 업주도 모두 한인들"이라고 꼬집었다.
키머니 반대시위에 참가했었다는 한 업주는 "전담반을 만들겠다던 검찰도, 한인업계를 하나로 모아 관행을 뿌리뽑겠다던 의류협회도 모두 손을 놓았다. 이제 입주상인도, 건물주도, 협회도 모두 음성적인 현금거래인 키머니를 당연한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130여 개의 의류업체가 입주해 있는 샌피드로 홀세일 마트의 경우 위치에 따라 최저 4만 달러에서 1층 목 좋은 곳은 무려 15만 달러에서 20만 달러까지 다운타운 의류상가에서 가장 높은 키머니를 받고 있다.
키머니 수수는 법과는 무관하게 시장논리가 지배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상권이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과거 고액의 키머니를 요구했던 11가와 LA 스트릿, 11가와 메이플, 11가와 월스트릿의 상가 중에는 키머니가 없어진 곳도 있지만 이마저 법 때문은 아니다. 상가 인기가 시들해졌기 때문이다.
인기지역인 11가와 샌피드로 인근에서는 샌피드로 마트가 4만 달러에서 20만 달러까지, 주변 상가들은 신축상가 조차 4만 달러에서 8만 달러의 키머니를 받고 있지만 입주희망 업주들이 줄을 서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한인 업주들은 이 법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현금으로 키머니를 요구하는 건물주를 제3자도 세무당국에 고발해 이들의 탈세를 처벌해야 관행이 없어진다고 주장한다. "600여 개가 넘는 한인업소들이 힘만 모은다면 건물주를 움직일 수 있는 가장 큰 파워그룹이 될 수 있다. 협회가 나서 실질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에 협회는 이제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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