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가 질주한다. 도로엔 검은 모자, 하얀 꼬리를 단 웨이모, 인도엔 빨간 배달 로봇의 종종 걸음, 주차장엔 초록빛 충전기가 빛난다. 말 없는 기계들이 늘어날수록, 나는 더 자주 멈추게 된다. 울며 웃으며 씨름하는 것은 무인 차단기와 전기차 충전이다. 로켓이 재활용되는 시대이지만, 정작 불안에 떠는 것은 내 앞에서 침묵하는 자동화의 현실이다.
장을 보고 나오려는데, 주차 티켓 스캐너가 철문 수문장이 되었다. 아무리 티켓을 들이밀어도, ‘헬프’ 버튼을 눌러도 묵묵부답이다. 남의 속도 모르는 뒤차들의 경적이 쏟아지고, “아줌마 뭐해요”라는 고함이 날아왔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가슴이 쿵쾅거렸다. 그때 한 사람이 다가왔다. 관리자는 아니어서 실망했지만 일단, 그가 보는 앞에서 다시 스캔했다. 기계는 여전히 철벽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아무런 기별도 없이 차단기가 스르르 올라갔다. 그는 짧게 “가요”라며 떠났다. 목소리는 곱지 않았지만, 그가 왔다는 사실은 충분히 의미 있다. 나의 무고함을 뒷차들에 보여주었고 또한 일이 생기면 결국 사람이 관여해야 되는 삶의 방식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 순간 나는 보았다. 자동화는 인간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고, 인간의 부재를 보여준다는 사실을. 그 당시 난, 몇 겹으로 난처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대비하지 않은 것이 과연 내 탓일까. 처음 이용자라도 헤매지 않도록 쉽게 안내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시스템의 책임이 아닐까. 주차장마다 방식이 다르니, 안내조차 없는 자동화는 오히려 나를 더 초조하게 만든다. 기계가 널리 쓰일수록 인간의 자리는 더 확실해야 한다.
며칠 뒤 다시 그 마켓에 들렀다. 불편한 기억 때문에 떨며 갔지만, 이번엔 달랐다. 직원이 티켓을 확인하고 바로 차단기를 열어주었다. 다음 날엔 자동차 충전기 앞에서 내가 또 묶였다. 아무리 봐도 할 수가 없어 어렵사리 직원에게 도움을 구했다. 그는 여러번 시도한 후, 충전기가 고장 났다고 했다. 결국 다른 충전기로 옮겨 충전했다. 이때도 기계는 멈추었고, 사람은 해결해주었다. 이 간단한 듯한 차단기나 충전기도 이렇게 불안하게 하는 이때 나는 장차 다가올 삶의 방식을 확인한다.
전문가들은 ‘AGI 에이전트 시대엔 자동화가 가속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기계화는 기술의 문제만이 아닐 것이다. 운용의 방법이나, 인간의 존엄성도 고려되어야 한다. 기계는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다 해결할 수 없다. 그 빈틈을 사람이 제어할 때, 자동화는 비로소 삶의 질을 높이는 기술이 될 것이다.
나는 빌고 싶다. 피할 수 없는 자동화라면, ‘웃게 하여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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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용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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