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병사들이 바그다드 시내에서 총을 치켜들고 결사항전 의지를 보이는 사진이 엊그제 신문에 난 적이 있다. 그런데 그들이 치켜든 소총을 자세히 살펴보면 형편없이 오래된 AK47형이다. 월남전 때 베트콩들도 이 총을 사용했었다.
같은 날 신문에 게재된 쿠웨이트 주둔 미군 장병들의 사막전 훈련사진을 보면 개인장비가 21세기 전자시대를 상징하는 초현대식 무기다. M4 칼빈으로 불리는 자동소총에는 망원조준경이 달려 있고, 레이저빔으로 목표를 겨누는 장치가 있고, 헬멧에는 밤에도 대낮같이 볼 수 있는 야간투시경이 갖추어져 있다.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은 헤비 웨이트와 플라이급의 복싱경기를 연상케 한다. 이라크군은 미군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미군은 최신예 MIAI 탱크를 앞세우고 진격하며 탱크 위에는 AH64D 아파치 헬리콥터가 호위비행한다. 탱크 킬러로 불리는 이 아파치 헬기는 공대지 미사일로 무장하고 있어 매가 쥐잡는 것처럼 적의 탱크를 해치울 수 있다. 이라크군 탱크가 미군 탱크를 발견하기도 전에 화염에 싸이게 된다.
하늘 쪽을 보면 더 한심하다. 이라크의 대공포는 B2 폭격기의 사정거리에 닿지를 못한 채 융단폭격과 스마트폭탄 세례를 받게 된다. 이라크가 스커드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으나 미국은 최근 e-bomb으로 불리는 전자폭탄을 개발해 적의 전기 및 전자장치 기능을 일시에 마비시킬 수 있다. 또 MOAB이라는 폭탄은 원자탄에 준하는 파괴력을 갖고 있으며 몇 개만 떨어뜨리면 시내를 폐허로 만들 수 있다.
어느 면으로 보나 이라크는 미국의 적수가 될 수가 없다. 개전 1주일 후면 미군은 바그다드를 제외한 이라크 전지역을 점령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미국의 작전개념은 이렇다. 개전 하자마자 상상을 초월하는 화력을 퍼부어 이라크군으로 하여금 싸울 의지를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라크군이 쉽게 항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바그다드다. 후세인의 친위부대와 시가전을 벌여야 하는데 여기서 미군 희생자가 좀 생길 것으로 보인다. 후세인은 시가전에서 시간을 끌며 미군의 잔인함을 세계에 보여 반미무드를 형성하고 휴전을 이끌어낸다는 전략인 것 같다.
그러나 미국은 후세인의 함정에 말려들지 않고 바그다드를 포위한 채 시간을 끈다면 내부에서 반란이 일어나거나 후세인이 항복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은 91년 걸프전 때 왜 바그다드로 진격해 후세인을 쫓아내지 않고 이제 와서 고생을 사서하는 식으로 전쟁을 하는 것일까.
부시는 무엇보다 미군 희생을 꺼려했고, 후세인의 후계자를 발견하지 못했으며, 이란과 가까운 시아파가 정권을 잡는 날엔 후세인보다 더 골치가 아플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라크와의 전쟁이 끝나면 제2차 세계대전 후 독일과 일본에 실시했던 전후 복구사업 계획을 세우고 있다. 즉 건설과 동시에 이라크에 미국식 민주주의를 심으려는 속셈이다. 중동에 차제에 모범국가를 돈을 들여서라도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기이한 것은 이라크로 진격하는 미군들은 이라크 국민들에게 나누어줄 식량도 차에 싣고 간다는 사실이다. 적과 싸우면서 적을 사랑해야 하는 두개의 얼굴을 지니고 있다. 미국식 전쟁의 특징이다. 이라크 국민들은 식량의 60%를 정부 배급에 의지하고 있어 진주한 미군이 식량 해결을 해주지 않으면 굶어죽어야 할 형편이다.
미국이 이라크와의 전쟁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후세인이 아랍의 순교자가 되는 것이다. 그가 끝까지 미군에 항전하다 죽으면 순교자처럼 영웅으로 받들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또 하나의 빈 라덴이 생기는 셈이고 중동에 미국증오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미국은 가능한 한 후세인을 사살하지 않고 국외로 쫓아낸 후 그가 얼마나 비인간적인 독재자였는가를 폭로하는데 초점을 맞추리라고 본다.
이철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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