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층기획-프랜차이즈 해부
▶ 경기침체로 매출 부진… 로열티·운영비 감당못해
개업 1년여만에 문닫아…빚더미에 개인파산 신청
아틀란타에 살고 있는 C씨(63세)는 요즘 업소 종업원으로 스탁(stock)을 하며 하루 하루를 연명하고 있다. 3년전만 해도 그는 주유소 사장으로서 남부러울 게 없었다. 하지만 주유소를 접고 낯선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들면서 재산을 몽땅 날렸다. C씨는 그때 일만 생각하면 울화가 치밀어 잠을 이룰 수 없다. 자신의 어리석음을 후회하지만 이미 때가 늦었다.
평소 친분이 있던 A씨(레스토랑 사장)의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가맹점을 차렸다 1년여만에 거덜이 난 것이다. 결국 A씨에게 운영권을 빼앗긴 뒤 지난해 10월 은행융자 페이먼트 체납으로 레스토랑이 차압(foreclosure)됐다.
C씨는 지난 1월 개인파산인 챕터7을 신청했다. 한인들 사이에 인기를 끌었던 프랜차이즈 사업이 요즘에는 장기불황 여파로 기우뚱하고 있다. 줄어든 매출로 로열티와 운영비를 감당하지 못해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 실패 사례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짭짤하게 재미를 본 A씨는 어느 날 C씨에게 접근해 “좋은 식당을 하나 내줄테니 빨리 주유소를 팔고 현금을 마련하라”고 손짓했다.
그러나 레스토랑 경험이 전무한 C씨는 용기가 나지 않아 몇차례 손사래를 쳤으나 친분을 강조한 A씨의 집요한 설득에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그것이 올가미가 될 줄이야….
당시 C씨는 A씨의 말만 믿고 변호사 없이 10년 기간으로 계약을 했다. 자금은 자그마치 80만달러가 들었다. A씨의 보증으로 은행에서 SBA론 6%짜리 30만달러를 융자받았고 주유소를 팔아 40만달러를 보탰다. 장비 구입과 건물 증축 등 리모델링에 40만달러가 들었다.
조건은 이렇다. 월 매출의 5%를 로열티로 내야하고 간판값 3만달러를 일시불로 지불한다. 음식 재료는 본사가 공급하며 종업원은 전원(40명)을 본사에서 파견한다는 것 등이다.
2000년 8월 드디어 C씨는 설레이는 마음으로 개업했다. 첫달 매출이 12만달러, 적자는 5만달러였다. 둘째달도 마찬가지. 기대는 빗나갔다. 아니 이럴 수가 있나, C씨는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적자는 자꾸만 누적될 뿐이었다. 그러는 사이 10만달러가 더 들어갔다.
C씨는 오너로서 생활비조차 건지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로열티·은행 페이먼트·사채 이자 등 내야할 돈은 많은데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존폐의 기로에서 A씨에게 인력 감축 등 몇차례 구조조정을 요구하자 그때마다 “간판을 내리겠다”며 오히려 협박하기 일쑤였다.
A씨는 20만달러에 레스토랑을 자신에게 넘기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C씨가 이를 거절하자 지난해 3월 A씨측 6명이 레스토랑을 찾아와 C씨를 내쫓고 아예 출입문 키를 바꿔버렸다. 모든 게 물거품이 되는 순간. 너무 억울해 지난해 6월 소송을 걸어 가게를 되찾긴 했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빚과 A씨의 교묘한 영업방해로 한달만에 다시 셔터를 내려야 했다.
"유사 프랜차이즈 함정 조심하라"
계약 조건 꼼꼼히 따져야…라이선스 필히 확인
실패 가능성 높아 업계 파악·입지 선정 중요
■프랜차이즈(franchise)란
맥도널드, 던킨 도넛, 베스킨 로빈스, 서브웨이, 도미노 피자, 타코벨, 버거킹, 스타벅스…. 일정한 로열티를 주고 지명도 높은 브랜드를 사용해 판매권을 부여받는 사업을 말한다.
이에 따라 기존의 ‘맘 앤 팝(mom & pop)’형태의 자영업에서 벗어나 주류사회 유망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들려는 한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우선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본사의 성공적인 사업 모델을 통해 신제품과 서비스를 공급받고 공동 마케팅을 펼칠 수 있는 최대의 장점이 있다.
본사는 가맹점의 수익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인 측면지원을 해준다. 그 대가로 본사는 가맹점으로부터 로열티(총매출의 5∼10%)를 받고 원자재 등 특정상품을 팔 수 있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점에게 등록된 상호를 사용하도록 허용하고 가맹점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인테리어·시설 운영 및 관리·메뉴 개발·직원 교육 등 컨설팅에서부터 운영 노하우를 전수해준다. 필요할 경우 가맹점은 본사의 홍보 마케팅비(2∼4%)를 부담하기도 한다.
지난 2000년 기준으로 비즈니스 매출의 40% 이상이 프랜차이즈를 통해 발생할 정도로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75개 산업분야에 가맹점은 32만개, 고용은 8백만명에 이른다.
■어떤 약점이 있나
너도나도 프랜차이즈에 뛰어들기 때문에 그만큼 경쟁이 치열, 사업 실패율도 커지게 마련이다. 또 경기침체, 업소 위치 등 주변여건에 따라 실패할 확률도 그만큼 높아지는 것이다.
프랜차이즈로 자영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1940년대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프랜차이즈는 본사가 돈만 챙기고 가맹점을 망하게 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또 본사는 운영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관계이기 때문에 가맹점에 대해 간섭을 많이 하게 된다. 자칫 지나친 간섭으로 경영상 마찰을 빚게 되고 결국에는 소송으로 번지기도 한다.
최영돈 변호사는 “가맹점 서비스를 소홀히 하거나 매출을 속이는 등 계약사항을 위반하는 경우 소송이 많다”며 “장사가 잘 안돼도 로열티를 내야 하는 단점이 있다”고 말한다. 보통 10년을 계약기간으로 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본사에 이끌려가기 쉽다는 것이다.
■무엇을 고려해야 하나
도넛과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는 이승남 사장은 “본사에서 종업원 교육, 경영 노하우, 광고 등을 제공하기 때문에 몇가지만 유의하면 90%는 성공한다”고 말한다.
우선 업계 분석이 필수다. 이사장은 “대형 인기 프랜차이즈는 대부분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기 때문에 인기 랭킹과 업계 동향을 따라 좋은 업종을 선택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사장은 또 “흥하고 망하는 게 잦은 미국 비즈니스 현실에서 살아남으려면 전문 프랜차이즈 매거진 등을 활용해 꾸준히 업계 동향을 잘 살피는 것도 빠뜨려선 안된다”고 덧붙인다.
다음으로 프랜차이즈를 하려면 일정한 자질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사장은 “영어 실력이 수준급이 돼야 하고 인터넷 등 컴퓨터를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알아야 한다”고 귀띔한다.
또 아무리 브랜드의 인기도가 있다고 해도 위치(location)가 중요하다. 이사장은 “입지선정을 잘해야 한다”며 “몰 주변에는 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한다.
■계약시 유의할 점은
프랜차이즈 계약에 앞서 해당 프랜차이즈에 대한 모든 사항을 검토하고 서로가 제시하는 여러 조건들에 대해 협상해야 한다. 계약서 작성 때는 변호사와 상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 보다 가맹점을 모집하는 주체가 유사 프랜차이즈인지를 살펴야 한다. 일부 한인 비즈니스 업주들이 프랜차이즈를 모방해 가맹점을 모집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영돈 변호사는 “프랜차이즈에 성공할 가능성이 실패할 가능성 보다 낮은 현실”이라며 “라이선스가 없는 유사 프랜차이즈의 가맹점 모집에 절대 넘어가선 안된다”고 강조한다.
앞서 실패사례에서 보았듯 C씨는 유사 프랜차이즈에 속은 것이다. 프랜차이즈로 가맹점을 모집하려면 연방공정거래위원회(FTC)가 정한 규정에 따라 서류(UFOC)를 작성해 주정부에 사업자 등록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한인들은 과거 3년간 재정상태나 가맹점 계약조건, 소송 경력, 세금보고 상황 등을 낱낱이 공개해야 하기 때문에 꺼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김상국 기자 koreatimes@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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