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디즈니의 아동 영화 ‘알라딘’이 뮤지컬로 제작되어 애나하임에 있는 캘리포니아 어드벤처 공원 하이퍼리언 극장 무대에서 막을 올렸다. 쟁쟁한 브로드웨이 출신의 배우들이 캐스팅 됐으며 영화 ‘타이태닉’의 안무를 맡았던 토니상 수상 린 테일러-코벳이 무대 감독을 맡았고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앨런 멘켄이 작곡한 곡들로 뮤지컬이 제작됐다.
디즈니사는 이 뮤지컬을 홍보하기 위해 수백명의 내외신 기자들을 가족단위로 오프닝데이에 초대해 말 그대로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걸쭉한 파티를 열었다. 공원 주차장에 초대형 텐트를 올려 오아시스 스타일의 연회장을 만들고 수십 마리의 낙타를 동원해 행사장에 들어오는 초대 손님들을 맞게 했다. 수백 가지의 산해진미가 넘쳐 났으며 벨리 댄서와 마술사들의 공연이 이어졌다.
할리웃의 유명 연예인들도 초대했는데 세계적인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가 당시 같이 참석한 기자의 아들을 안아주는 영광(?)도 누렸다. 디즈니 회장 마이클 아이스너가 행사장을 돌면서 기자들과 환담을 나누기도 했다. 타지역에서 온 기자들에게는 디즈니랜드 호텔이 숙식을 제공했으며 테마 공원 이용권도 전달됐다.
약간 심하게 말하면 미국식 ‘촌지’인 셈인데 디즈니는 자사의 영화나 뮤지컬 그리고 새로운 놀이기구 등을 소개할 때 이 같이 대규모 프레스 이벤트(press event)를 여는 것으로 그 명성이 높다. 영화 ‘진주만’을 홍보할 때에는 하와이의 항공모함에서 영화 개봉 기자회견을 열었다. 물론 기자들의 여행 경비는 디즈니가 부담했다. 캘리포니아 어드벤처가 처음 개장할 때는 무려 두달에 걸친 ‘오프닝 셀레브레이션’ 행사를 열기도 했다.
이렇게 행사마다 수백만, 때에 따라서는 수천만달러의 예산을 사용하던 디즈니사가 다음주 11일 디즈니랜드와 캘리포니아 어드벤처에 들어서는 새로운 놀이기구 ‘더 매니 어드벤처 오브 위니 더 푸’와 뮤지컬 ‘플레이하우스 디즈니’ 오프닝에 대한 모든 행사를 취소했다. 이유는 물론 이라크전 때문이다.
행사를 열어봤자 이라크전 기사에 밀려 4~5면 단신으로 처리될 것이 뻔한 노릇이고 전시에 흥청망청 파티를 열었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기 싫었을 것이다.
코카콜라, 맥도널드와 함께 미국의 자본주의 사상의 표본인 디즈니사가 사담 후세인의 공격을 간접적으로 받은 셈이다.
백 두 현
<특집1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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