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독립유공자 김효숙 여사가 89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김효숙 여사는 상해 임시정부 의정원 의원으로 활동한 부친 김붕준 선생을 도와 중국에서 한국혁명여자 동맹군을 창설했고, 광복군에서 여군으로 복무한 분이다. 한국정부는 지난 90년 김 여사에게 건국훈장 애국장을 수여했다. 김 여사와 미주 한인사회의 인연도 깊다. 독립운동 시절 상하이에 머물던 도산 안창호 선생을 뒷바라지했고, 1976년 미국에 건너 온 뒤에는 3·1여성 동지회, 흥사단, 도산 기념사업회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마지막 모습을 뵙기 위해 한인타운 인근에서 열린 장례식장에 찾아갔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딸 안수산 여사와 남가주 이민100주년 기념사업회 박상원 사무총장, 송재승 흥사단 LA지부위원장, 재미한인독립투사유족회 이춘자 회장 등 각계 각층의 인사들이 고인의 죽음을 아쉬워하고 가족을 위로했다. 각 단체에서 보내온 화환도 넘쳐나 고인의 삶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장례식이 끝난 뒤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던 한 유족이 영사관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분은 “섭섭한 것이야 하나 둘이 아니지만 어떻게 하겠느냐...”며 말끝을 흐렸지만 조객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한 단체장은 “웬만한 유지들의 경조사는 다 챙기는 영사관에서 관계자 한 명도 참석하지 않고, 조화도 안 보낸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다음날 영문을 알아보기 위해 영사관에 연락했다. 일단 영사관에 경조사 관련 규정이 있는지 물었다. LA총영사관 유민 공보관은 “관련 규정은 따로 없고, 비중에 따라 사안별로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독립운동가의 비중이 지역 유지보다 작다는 말로 들렸다. 공보관은 이어 “그 분 혹시 시민권자 아니냐? (정부가) 시민권자를 위해 나온 것은 아니다”고 말한 뒤 “국가보훈처에서 모든 절차를 처리하기 때문에 현지 영사관은 연락책의 역할만 한다”고 밝혔다.
영사관의 설명대로 국가보훈처에서는 27년 만에 유해가 되어 조국에 돌아온 애국지사에게 국장의 예우를 올렸고, 시신은 대전국립묘지 애국지사 묘역에 안장됐다. 영사관에서는 김여사가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은 것을 알았는지 김여사의 유해가 미국을 떠나던 날 공항에서 가족을 만나 위로의 말을 건냈다.
이 의 헌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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