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가정 상담기관에 따르면 현재 한인사회에는 마치 살얼음 판을 걷는 듯한 분위기의 가정이 많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만난 두 한인의 이야기는 깨지지 일보직전의 한인가정에 적지 않은 교훈을 준다.
주인공은 K씨 가정의 아내와 J씨네 집 남편이다. 이 두 집안은 가정상담기관의 말처럼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에 놓여있었으나 이제는 두 집안의 아내와 남편의 피나는 노력으로 안정을 되찾았다.
이 두 가정의 결혼생활을 돌아보면 한시도 바람잘 날 없이 부부가 툭하면 다툼의 연속이었다. 그렇기에 이들 집안이 잠잠해졌다는 소식은 본인들은 물론, 염려하던 주위사람들에게도 진한 감동을 준다. 그만큼 이 두 가정의 부부는 만나기만 하면 서로 으르렁거리며 별 것도 아닌 일인데 늘 심각하게 싸우고 난리였다. 그것도 모자라 툭하면 이혼소리를 해가며 ‘사네’
’못 사네’ 하기가 일쑤였다. 그런데 이 두 집안에 뜻밖에도 평화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K씨네 가정은 남편의 성격이 유난히 까다로워 무슨 문제가 나면 따지기만 하지 조금도 아내를 이해하지 않았다. 부인은 이같은 남편을 맞추며 사느라 늘 힘이 들었다. 더군다나 이 아내의 성격도 보통이 아니다 보니 늘 시끄럽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에는 남편이 참다못해 꼭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집어던지고 심하면 부인에게 손찌검까지 하는 사태로 번져갔다. 이를 30년이 되도록 이어가다 보니 이들 부부는 싸움에 만성이 되었고 성질대로 못한 아내는 언제인가부터 마음의 병을 앓게 되었다.
J씨네 가정은 문제를 일으키는 쪽이 부인이지만 그 동안의 과정, 결과는 K씨네와 마찬가지였다. 이들 부부는 아내가 미국에 온 후로 특히 말썽이었다. 한국에서도 툭하면 성격차이로 늘 집안이 시끄러웠는데 미국에 와 아내가 돈 좀 벌면서 할말을 제대로 하다보니 문제는 더 커졌다. 그런 아내의 모습을 참다못한 남편 J씨는 결국 술에다 도박에다 부인이 벌어온 돈까지 탕진하며 부인을 괴롭혔다. 부인이 자신의 머리 위에 군림하려는 것 같이 보여 갖은 욕설과 손찌검으로 부인에게 공연한 화풀이를 해댔다.
그래서 K씨네 아내는 몇 번이나 죽을까도 생각했고 J씨는 훌쩍 집을 떠날 생각도 해보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은 그 때마다 아이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아이들은 자꾸 커 가는데 아이들 보기도 부끄럽고 주위사람보기가 창피했다. 결국 이들 가정의 아내와 남편은 변하지 않는 남편이나 아내보다는 자신들이 먼저 변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다.
그러나 아무리 변해도 이들의 남편이나 아내는 여전히 그대로인 것 같아 그 때마다 아내와 남편에게서 느끼는 굴욕감이 참기 어려웠다. 그런데도 한번 마음먹은 거 끝까지 해보리라 몇차례나 다짐했다. 그러기를 몇 년씩이나 했을까. 어느 때부터인가 그렇게 꼿꼿하던 K씨 성격과 J씨 아내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것이 이제 양쪽 집 남편과 아내는 자신을 죽이고 상대를 배려하는 아내와 남편을 보고 미안했던지, 자신들도 서서히 나쁜 성격을 고쳐가기 시작하더라는 것이다. 이제 K씨네와 J씨네 집은 예전의 만나기만 하면 싸우던 그런 가정이 아니다.
문제가 생겨도 조금씩 양보하며 서로의 마음을 다칠 새라 가급적 이해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이 두 가정은 60이 다 돼서야 가까스로 아내와 남편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파경의 고비를 넘긴 것이다. 노후에나마 다투지 않고 살게 돼 얼마나 다행인가. 한국의 가부장 중심의 유교문화와 남존여비 사상은 미국의 남녀평등이나 여권신장 문화와의 부조화로 이민가정에 많은 갈등을 초래한다.
이로 인해 오늘날 한인세대는 모든 걸 기다리고 참는 것이 아니라 갈수록 더 감정적이고 깨지기 쉬운 쪽으로 가고 있다. 때문에 한인사회 가정은 집집마다 여러 가지 형태로 진통을 겪고 있다. 이런 속에서 자기 반성과 혁신이 없는 한 어떻게 가정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까.
상대가 변하길 기다리는 것 보다 내가 먼저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미국에 사는 한인부부들에게는 어떻게 보면 이 시점이 변화를 위해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K씨네 남편과 J씨 같이 가정의 누구라도 먼저 변화될 때 그 집안은 희망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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