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에서 시민권을 받는 사람들이 늘고있다.
9.11. 이후 이민법 개정으로 인해 외국인의 미 체류를 어렵게 만들고 있어 서류미비자나 영주권자에게 언제 어느 때라도 복잡한 일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미국에 살아도 한국 국적을 고수하겠다며 오랫동안 영주권자이던 이민 1세가 차라리 시민권을 얻는 것이 편하겠다고 생각을 바꾸기도 하고 아들 병역 문제 해결을 위해 어차피 자손들은 미국에 살 것이니까 하고 시민권 수속을 하기도 한다.
그동안 웬지 조국을 버리는 것 같고 영영 한국으로 돌아갈 기회를 저버리는 것 같아 영 내키지 않았던 사람도 미국 시민 선서를 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전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11-종말의 시작>을 읽다가 이런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서기 193년 1월1일 콤모두스의 뒤를 이어 페르디낙스는 원로원 의원들의 압도적인 찬성을 얻어 정식으로 로마 황제에 취임한다. 모든 군단이 하나도 빠짐없이 새 황제 페르티낙스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페르티낙스의 경력이 장병들한테 호감을 주었기 때문이다.’이 새 황제의 경력에 우리도 주목해 보자.
다음 문장에 ‘로마’ 대신 ‘미국’을 넣어보는 것이다.‘푸블리우스 헬비우스 페르티낙스는 126년에 북이탈리아 제노바에서 모직물을 거래하는 해
방 노예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머리가 좋았는지, 로마(미국) 제국에서 두각을 나타내려면 우선 로마(미국) 시민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로마(미국) 시민권을 가장 빨리 얻을 수 있는 길은 의사나 교사가 되는 것이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제정한 법률에 따라 의사나 교사는 민족과 출신 계급과 피부색에 관계없이 누구나 로마(미국) 시민권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의사는 경험이 필요한 직업이니까 해방 노예의 아들은 교사를 선택했다.
하지만 로마(미국) 제국에서 출세하려면 역시 군대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 것같다. 군단병이 되려면 로마(미국) 시민권이 있어야 했지만 페르티낙스는 교사를 하면서 얻는 시민권을 가지고 군단에 지원했다’페르디낙스는 군에서 세운 혁혁한 공로로 원로원에 들어가게 되고 로마 최고인의 자리에 오르게 되는 발판을 마련한다. 해방노예의 아들인 그는 밑바닥부터 온갖 고초를 겪으며 황제의 자리까지 올라간 로마시대 대표적인 성공신화의 주인공이 되었던 것이다.
지금 이민자가 미국에 살기에도 그 옛날 로마 시절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유대인의 미국 이민사와 한참이나 뒤늦게 온 한인 이민사를 보면 우리는 유대계나 이탈리아계 이민이 걸어온 길을 답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구체적 예로 현재 맨하탄 델리나 청과상 소유주 대다수가 한인이다. 원래 유대계 소유였으나 부지런하고 청결한 한인들이 밤잠 안 자가며 전 가족이 달려들어 노력한 결과 가게를 인수한 것이다.
경제적으로 성공한 유대인들이 시민권자가 되고 2세들을 변호사, 의사, 정치인 등으로 키워 미 정계 및 사회, 경제의 주류를 차지한 것처럼 자리잡은 한인 이민 1세들은 시민권을 받으면 유권자 등록을 하여 투표권을 행사하고자 한다.
미국내 한인이 선거권을 가져 정치적 힘을 길러야 한다는 자각이 1980년대 들어 활발해지며 나날이 유권자 등록 숫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다. 그러나 대통령, 주지사, 시장, 시의원 등의 선거 때마다 한인들의 투표율도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
시민권은 대학 진학시 저렴한 학비, 다양한 장학금 프로그램 및 학비 대출, 의료보험을 비롯한 복지 프로그램 혜택, 대학 졸업 후 취업에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것이다. 서류미비자들 입장에서 보면 영주권도 하늘의 별따기처럼 보이는데 웬 호강에 받친 소리냐고 하겠지만 이왕 미국에 살기로 작정했으면 시민권도 받고 영어도 미국사람 뺨치게 잘하고 운전도 귀신처럼 잘 한다면 더 이상 바랄 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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