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친구’는 기성세대들이 까맣게 잊고 있던 20-30년 전 중, 고등학교 시절의 추억을 일깨워 주었다. 훈육 주임 선생님께 걸려 고속도로 뚫린 까까머리에 눌러 썼던 교모, 똑같은 모양의 까만 교복이건만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더 튀게 입으려 애썼던 기억, 김치 국물 새던 책가방. 버스 정류장에서 마주친 여학생을 향한 풋사랑에 잠 못 들던 기나긴 밤들.
젊다는 이유 하나로 세상 두려울 것이 없었고 순수함으로 친구를 위해 목숨을 바칠 수도 있었던 그 시절.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그날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우리는 이역만리 태평양을 건너와서도 동문회에 나가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1년 전쯤 서울 중 고등학교 동문회에서 만난 반가운 동문들 가운데 유난히 산을 잘 타는 사람들이 모여 앉았다고 한다. 산에 다니는 사람들은 자신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어준 산의 강인한 흡입력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도하기에 무척 열심인 편이다.
건강 관리와 체력 증진에 등산만큼 좋은 것이 없다는 것에 반대하고 나설 이가 어디 있나. 의기투합한 동문들은 이렇게 해서 ‘서울 중·고등학교 동창 산악회’를 결성하기에 이르렀다.
이 산악회는 매달 마지막 토요일 정기 산행을 떠난다. 더 자주 가고 싶지만 한 달에 한 번으로 만족하는 것은 회원들 가운데 다른 산악회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이들은 LA 근교에서 가장 높다는 마운틴 볼디에 올랐다. 자갈밭에 말 그대로 대머리처럼 나무가 심겨지지 않은 구간이 많아 뙤약볕에 노출되는, 결코 쉽지 않은 코스다.
40여 명의 동문 회원들은 30대로부터 60대까지 고른 연령 분포. 등 푸른 후배들이야 군대 행군하듯 쉬지 않고 정상에 오르지만 하늘같은 선배님들은 야생화도 감상해 가며 발걸음이 느릿하다. 중간 지점 산장에까지만 올라도 좋은 후배, 동료들과 신선한 공기 마시며 산에 왔다는 사실에 입가에는 만족한 미소가 감돈다.
하산 후 저녁 식사라도 함께 할 때는 모두가 인생에 있어 가장 순수하던 고등학교 때로 돌아가 선후배간의 도타운 정을 나눈다. 그간 마운틴 볼디, 샌골고니아, 샌타모니카 마운틴 등 근교의 산을 섭렵한 회원들 사이에서는 앞으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페루 마추비추로 해외 원정을 떠나자는 얘기도 오가고 있다.
돌아보면 인생에 있어서는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더한 비중으로 떠오른다.
산에 오르는 행위도 좋지만 그 좋은 산을 가슴 순수하던 날의 친구, 선배, 후배와 함께 하니 그 즐거움은 얼마나 클까. 동문들과 함께 산에 오르며 선후배간의 정을 나눌 서울 중, 고등학교 동문들은 차종대 총무 (310) 371-2125으로 연락하면 된다.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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