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K씨네 아내, 그리고 J씨}란 제하의 칼럼이 나가자 한인부부들의 반응이 예사롭지가 않다.
모두 자신들의 입장을 변호하느라 이메일이나 전화, 만남 등을 통해 남편이고, 부인이고 하소연이 대단하다. 특히 주부들의 불만이 남자쪽보다 훨씬 심했다. 그만큼 한인가정, 그 중에서도 특히 아내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대화가 된, 문제가정의 한인부부, 특히 마음고생이 심한 아내의 이야기를 통해 부부의 현주소를 잠시 보자.
이민온 한인주부들의 삶은 마치 911 소방대원의 생활과 같다고들 말한다. 그만큼 일이 고되고 분주하기 때문이다.한인가정에는 직업을 갖고 직장에서 하루종일 일하고도 허겁지겁 집에 달려가 남편과 아이들을 돌보고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또 다음날 일터로 향하는 주부들이 많다.
일반적으로 한인주부들은 이런 생활을 다람쥐 체 바퀴 돌 듯 끊임없이 하고 있다. 그럼에도 상당수 아내들이 남편에게서 대우도 잘 못받고 여자라는 이유로 무시당하며 숨죽이듯 살고 있다. 이러고도 우리가 잘 살기 위해 미국에 왔다고 할 수 있을까.
임종시 자신이 살아온 삶을 돌아볼 때 과연 내가 잘 살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한인이 몇이나 될까. 부부의 입장에서 가장 잘 산 삶이라고 한다면 무엇일까. 그것은 돈도 아니요, 명예도 아닐 것이다. 오로지 두 부부가 살면서 서로 위하고, 배려하고, 이해하고, 상대방의 잘못을 감싸주는 그런 삶이 아닐까. 지금 한인사회에는 ‘너는 너’ ‘나는 나’ 식으로 사는 부부들이 많다고 한다. 이들은 대개 돈은 벌어 집은 좋은데 한 집에 살아도 남남처럼 거의 방을 따로 쓰거나 부부라도 서로 필요한 말 이외에는 별로 말도 안하고 각기 자기 생활을 하고 지낸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특히 남편 때문에 억울하고 분해서 못살겠다는 소리를 아내들이 많이 한다. 이민 와 가족들을 위해 죽자 사자 일했더니 결국 남편은 자기 혼자만 밖으로 나돌고 자신은 빈집만 덩그러니 지키는 신세가 되었다는 것이다. 경제도 안정되고 어느덧 자식들은 커서 자기 일들을 알아서 다해 걱정은 없는데 부부가 ‘왜 이민 왔나’ 할 정도로 가정에 금이 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집안의 주부들은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외로움과 분노감을 이기지 못해 집에서 내다보이는 바닷물에 몇 번씩이나 빠져 죽으려고 했다는 사람까지 있다. 그때마다 물소리 철렁 철렁 나고 하늘에 별이 반짝 반짝 빛나는 걸 보고 화가 가라앉아 집으로 그냥 돌아오곤 했다는 것이다.
남편들은 대개 마음 먹은대로 다 하고 다닌다. 그러나 주부들은 대부분 자신감이 없고 봉건적인 사고 때문에 마음대로 하기 어려워 정신적으로 방황하고 있다. 부부의 행복이란 무엇인가. 돈은 없어도 하다못해 된장찌개 하나라도 보글보글 끓여 서로 다정하게 먹으며 정을 나누는 그런 것이 아닌가. 요즘 결혼적령기의 자녀를 둔 50세 이상의 한인주부들 사이에 이런 얘기가 오간다. 자녀들이 도통 결혼할 생각을 안하고 주위에서도 청첩장이 별로 눈에 띠지 않는다는 것이다.
딸의 경우 아버지가 집에 오면 "빨리 밥 차려!" 엄마에게 퉁명스레 한마디 해놓고는 신문이나 뒤적이며 말 한마디 않고 있다가 밥만 먹고는 그대로 잠자리에 드는 경우를 자주 본다. 주말에도 엄마는 하루종일 일하는데 아버지는 혼자 나가 친구들과 골프 치고 저녁 먹고 밤늦게 돌아와 그대로 자는 걸 보고는 한국남자와 결혼할 생각을 않는다는 것이다. 아버지와 같은 남자 상(像)에 질려있기 때문이란다. 문제가정의 딸들은 집에서 큰소리나 치고 심지어는 엄마한테 손찌검까지 해 한인 남자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는 것이다.
한인주부 중에는 함부로 대하는 남편 때문에 마음에 멍이 들어 치유조차 어려운 경우도 많이 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한국남편 10명중 7~8명이 다 그렇다는 말까지 서슴없이 한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문제의 남편들은 한번쯤 냉정하게 자신을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만일 애지중지 키워 시집보낸 딸이 사위에게서 그런 대접을 받고 있다면 과연 아버지로서 느끼는 기분이 어떻겠는가. 남편들이여. 댁의 아내도 바로 어느 집의 귀한 딸이었음을 왜 모르는가. 물론, 미국에 와 돈 좀 번다고 큰 소리 치면서 남편을 우습게 여기는 아내들도 없지 않다. 그리고 아내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잘해주려고 노력하는 남편들도 많이 있다. 단지 이 질문은 아내에게 함부로 대하는, 좀 문제성이 있는 남편들에게만 던져보고 싶은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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